2007. 5. 1.불날. 비

조회 수 1248 추천 수 0 2007.05.14 02:04:00

2007. 5. 1.불날. 비


봄비

황경식


붕괴는 내부에서 일어난다
물어 뜯겨서가 아니라
흔들림에 의해서
조금씩 금이 가고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잿빛 할미꽃잎 위에
봄비가 내린다

무너져 내리던 젖은 언덕을
한없이 또 무너져 내리게 하며
아무런 色도 머금지 않은
봄비의 혓 바닥끝에서
충혈 된 붉은 꽃망울과
초록 잎사귀들 울고,
샛노란 망치질하며

병아리 잔등 위에도, 봄비는
잔혹하게 떨어진다
주머니 바깥으로 나와 흔들리는
우리들의 따분한 손목 위에도
핏물처럼 스며 번지는 봄비
우리의 영혼을 천천히 녹이는 봄비
色色의 눈물을 흘리며

담장 너머 빨래들이며
쉴 곳을 잃고 놀란 나비, 망연자실이다
피다 만 백목련, 자목련도 망한다
꿀을 탐할 수 없는 벌들도 풀죽으리라
폭포처럼 일시에 쏟아지는 色이여
푸른 깃발 힘껏 지상으로 휘두르며
불온한 煽動 밤새 꿈꾸는 봄비여



천지가 젖고,
우리는 소소한 하루를 보내며 고기를 먹었습니다.
목수샘이 식구들에게 멕이고프다 실어온 것이지요.
점심엔 소고기구이, 저녁엔 오리주물럭,
하루 두 끼를 그리 먹었습니다.
아이들, 무지 먹습디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254 8학년 A반 예술명상(9.23) 갈무리글 옥영경 2020-11-11 363
1253 9월 예술명상 사흘째, 2020. 9.24.나무날. 아주 가끔 구름 조각, 늦은 오후 땅겉만 살짝 적신 비 옥영경 2020-11-12 371
1252 8학년 B반 예술명상(9.24) 갈무리글 옥영경 2020-11-12 385
1251 9월 예술명상 나흘째, 2020. 9.25.쇠날. 맑았다가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20-11-12 364
1250 9학년 예술명상(9.25) 갈무리글 옥영경 2020-11-12 446
1249 2020. 9.26.흙날. 상현달로도 훤한 옥영경 2020-11-15 379
1248 2020. 9.27.해날. 흐림 옥영경 2020-11-15 338
1247 2020. 9.28.달날. 맑음 옥영경 2020-11-15 360
1246 2020. 9.29.불날 ~ 10. 1.나무날. 절반 흐림, 약간 흐림, 살짝 흐림, 흐린 사흘 옥영경 2020-11-15 357
1245 2020.10. 2.쇠날. 도둑비 다녀간 옥영경 2020-11-15 411
1244 2020.10. 3.흙날. 흐림 옥영경 2020-11-15 369
1243 2020.10. 4.해날. 어둑하다 비 몇 방울 다녀간 오후 / 4주간 위탁교육 여는 날 옥영경 2020-11-15 428
1242 2020.10. 5.달날. 맑음 옥영경 2020-11-15 435
1241 2020.10. 6.불날. 맑음 옥영경 2020-11-18 383
1240 2020.10. 7.물날. 맑음 옥영경 2020-11-18 393
1239 2020.10. 8.나무날. 가끔 해를 가리는 구름 옥영경 2020-11-18 395
1238 2020.10. 9.쇠날. 구름과 바람 옥영경 2020-11-18 436
1237 2020.10.10.흙날. 맑음 / 새 책 출간 계약서 옥영경 2020-11-18 485
1236 2020.10.11.해날. 흐릿 / 흙집 양변기 작업 시작 옥영경 2020-11-22 363
1235 2020.10.12.달날. 흐리다 비 두어 방울, 살짝 해 옥영경 2020-11-22 43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