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11.쇠날. 맑음

조회 수 1151 추천 수 0 2007.05.21 22:21:00

2007. 5.11.쇠날. 맑음


“무슨 일이니?”
까치들이 우르르 몰려서
고래방과 해우소 사이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학교 큰 마당 울타리를 둘러친 나무 위가
주로 그들의 놀이마당이지요.
그런데, 필시 저들 세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겝니다.
좇아가니 다른 녀석들은 전깃줄이나 나무 위로 날아오르고
창 아래서 두 녀석이 마지막까지 투닥대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 사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얼마나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요.
그리 보면 참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주에 두세 차례는
아침을 여는 노래를 부른 뒤, 손풀기 전, 음악공부를 합니다.
몸으로, 소리가 나는 것들로, 피아노로,
혹은 오직 움직임만으로 ‘소리’를 탐구해봅니다.
모든 것이 악기이고
모든 것이 노래랍니다.

티벳길에 갔습니다.
숲이랑 시간이지요.
볕 좋은 무덤가에 철퍽 앉아 새소리를 듣습니다.
봄날 한창임을 다양해진 그들의 소리로 알아차립니다.
여름을 불러들이는 봄의 마지막 새는 뻐꾸기이지요.
뻐꾸기의 첫여름 인사입니다.
산에 들었다 내려가는 길엔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지요.
땔나무라도 하나 주워가거나 마른 대나무라도 끌고 가거나
나물을 뜯어가거나...
아이들과 취나물을 뜯어
어제 와서 달골에 묵은 양교수님께 점심을 대접합니다.
달골 들머리의 햇발동과 창고동이 그러했듯이
앞으로 전개될 생태마을 중심마을도
민건협(민족건축인협의회/의장 양상현)과 하는 충분한 교류를 통해
그림을 잘 그려내고 싶습니다.
취나물에 남새밭에서 캐온 부추도 넣어 겉절이를 하고
우리 표고장에서 나온 버섯에다
우리 밭에서 뽑은 파를 송송 썰어 넣어 된장찌개도 끓였지요.
사람 사는 일 참 별게 아니다 싶은 순간입니다.
산골살이가 온통 따순 봄날 그대로입니다.

영어도 했네요.
밭에 가서 야채들을 만났지요.
그림으로 말입니다.
동물원에 가서 울 안에 있는 것들도 만나고,
그리고 이곳 저곳 ‘갔’지요.
“I go to the park.”
단소도 불었습니다.
김정훈샘이 오셨지요.
‘산도깨비’ 노래를 익힌 뒤
류옥하다가 단소를, 종훈이가 쇠를 나지막히 쳤습니다.
정훈샘이 노래를 불러주었고
곁에서 저는 장구가락을 넣었지요.
무슨 악단 같았습니다.
마치 무대에 선 듯하였지요.
바쁜 쇠날입니다.
손말도 하는 날입니다.
지문자를 복습하며 청각장애인을 어떻게 만나는가
처음처럼 마음을 잘 다듬었습니다.

아, 공군기지에서 군생활을 하는 승렬이삼촌이 왔네요.
입대한지 벌써 8개월이나 되었습니다.
“(넌) 키우고 싶은 아들의 역할모델이라니까.”
“저희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걸요.”
반듯한 청년을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든든하기 마련이지요.
오랜만에 사흘을 같이 보내게 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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