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12.흙날. 회색 하늘
어떤 잔치에 잠깐 참석할 일이 있었지요.
아이를 앞세우고 갈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옷을 갈아입은 아이가 자꾸만 저 옷을 털고 있었습니다.
“(이거)왜 이래?”
아니, 그게 왜겠는지요?
“네가 맨날 손으로 쓰윽 닦아버리니까...”
어떤 옷이고 아이의 옷은 앞가슴이 언제나 얼룩져 있기 마련이었지요.
하도 그러하니 아예 무늬가 될 지경이랍니다.
헌데 그게 이제야 제 눈에 보였던 겁니다.
다 자기 일이 되어야 안다니까요.
이제는 앞가슴에 손을 문지르는 일이 좀 줄어들라나요?
간장집 남새밭을 한 뙈기 얻은 열 살 아이는
신발이 닳도록 들락거립니다.
“이만큼은 팥을 심었고요, 여기는 옥수수, 여기는 시금치,...”
오늘도 물을 준다 김을 맨다 고랑을 돋운다
호미질을 하고 있었지요.
어찌나 손을 보았는지
손이 가지 못한 둘레는 풀 무성하여 숲을 이루었는데,
제 밭은 훤합니다.
자기 일이 된다는 게 저런 건가 봅니다.
휴가 나온 승렬이삼촌을 데리고
식구들이 면소재지에 나갔습니다.
뭐라도 보식을 멕여야만 될 것 같았는데
겨우 짜장면 한 그릇입니다.
요새도 군대에선 짜장면(꼭 이렇게 써야 맛이 납니다)이 그리웁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