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19.흙날. 빗방울 소나기처럼 지나다

조회 수 1306 추천 수 0 2007.06.03 23:45:00

2007. 5.19.흙날. 빗방울 소나기처럼 지나다


‘어디 핀들/꽃이 아니랴/
감옥 안에 핀다고/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문부식님의 '꽃들'을 아침부터 읊조립니다.
양양에서 얻어왔던 연이 딱히 제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고여 있는 물이라고는 하수처리용 통이어
혹시나 하고 넣어봤는데,
거기서도 봉오리를 맺었습니다, 꽃을 피웠습니다.
무식한 울어머니 절망한 자 앞에서 그러셨던가요.
“진흙 밭이라고 꽃이 없더냐?”

어제 트랙터를 빌려 썼던 이철수아저씨가
오늘은 답례로 물꼬 논을 써래질해주었습니다.
그도 익숙한 일은 아니어
지나다니시는 어른들의 한두 마디 소리를 기어이 들어야 했지요.
그래도 얼마나 큰 도움인지요.

오늘도 공사입니다.
고래방에 객석용의자가 마루를 누르더니 그예 빠지질 않는 겁니다.
평소엔 접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주루룩 뽑아 쓰던 것이지요.
공사를 맡아서 했던 쪽에서 인부 셋을 보내왔습니다.
“이왕이면 이렇게 휴일에 하니 좋으네.”
그러게요, 아이들 수업이 있는 날은 아무래도 번잡하지요.
우리 식구들끼리 먹는 상이면 모를까
인부들을 멕여야 하는 거는 밥상이 다르기 마련(고기라든가)이니
어제 같은 평일에 공사 일정을 잡는 건 벅차다 싶어
담부터는 이 같은 주말에 잡아 달라하였습니다.

류옥하다는 오며 가며 짜투리 나무들을 얻어 목공실로 들어가더니
다시 자르고 못질하며 나무배를 만들어 띄웠지요.
그런데 계속 기울어지지 않았겠어요.
“그냥 장식용으로 할려구...”
여우의 신포도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오늘 저녁부터 구미교사모임을 나갔습니다.
모임 시작이야 두어 주 전에 하였으나
이제야 얼굴을 보였지요.
가을에는 해가 일찍 지니 예서 일을 서둘러 마치면 갈 수 있었는데
자꾸 길어지는 낮이라 늦도록 끝날 일이 많아
주에 한 차례 가는 걸음이 순조로울 수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상범샘이 나가 논둑을 다지고 있으니
아랫논에서 일하시던 김정옥할아버지가 이것저것 말씀을 보태주셨습니다.
달골 가는 길 당신네 포도밭을 봐도 성격을 짐작할 수 있지요.
어찌나 가지런히 꼼꼼히 짚을 깔아두셨던지...
지난 겨울 조릿대를 쪼개고 다듬는 걸 가르쳐주실 때도 그러하셨습니다.
가르치는 걸 즐기기도 하셨구요.
어르신들 그늘이 늘 이리 큽니다.

달골에서 한동안 날설 일이 있었지요.
햇발동과 창고동 뒤 절개지에 뿌린 코아넷이란 풀이
넘의 과수밭을 덮었다는 항의가 있었습니다.
풀씨를 뿌렸던 조경사가 와서 같은 풀이 아니라 판별하였으나
당신네 밭에 보지 못했던 풀이 웃자라 자꾸만 마음이 쓰인 이웃은
기어이 조경업체로부터 각서를 받아두었지요.
혹여 그 풀로 인해 피해가 생긴다면 다 보상하겠다 뭐 그런 거지요.
그런데, 그렇게 일단락 되는 것이긴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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