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21.달날. 맑음

조회 수 1334 추천 수 0 2007.06.03 23:47:00

2007. 5.21.달날. 맑음


“종훈이네서 먹고 올게요.”
아이가 이웃에서 저녁을 먹고 온다하기 웬일인가 했더니
저들이 죽순을 따러 갔다나요,
그 댁에 들고 가 요리를 해달랬답니다.
맹랑한 산골아이들입니다요.
“얼씨구 절씨구 시금치가 자란다,
상추가 자란다, 해바라기가 자란다..”.
아이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집을 들어섰습니다.
뭔가 키우는 것이 저런 재미구나,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른 산골 우리 아이들이랍니다.

오는 24일에 모내기를 하겠다 날을 받아놓고
농업기술센타에 이앙기를 빌리러 하였으나
6월 초순까지 예약이 꽉 차 있었지요.
동네에 알아보니 상문이아저씨네가 당신 이앙기로 모를 낸답니다.
늘 등잔 밑이 어둔 법이지요.
“해봤어?”
“아니요.”
“그럼 못 빌려줘.”
그리하여 아저씨가 와서 하룻일을 하자 하였습니다.

아이에게 하지 말라는 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그 하지 말란 일에는 아주 맵게 굽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하지만
사람이 어디 그리 쉬 변하나요,
같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야단의 강도는 점점 진해지지요.
그러나 기어이 매를 들겠다고 엄포를 놓고 몇 차례,
이제는 버릇을 잘 다듬어놓아야지 않을까 싶은 지점이 있습니다.
“지난 번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매를 맞겠다고 했지?”
혼이 나던 아이가 끽소리 않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엄마! ]
때려서 버릇을 고치는 것과 그냥 고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매를 못들고 말았답니다요.
그래요, 문제는 그를 변화시키겠다는 거고
사실은 ‘매’가 그 기제이지는 않지요.
아이에게 가끔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엄마는 좋겠다. 야단치는 엄마가 없어서.”
그러게 말입니다.
아이들은 그런 순간 얼마나 나이가 먹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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