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4.달날. 맑음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7.06.22 23:09:00

2007. 6. 4.달날. 맑음


학교 큰대문 앞집 할머니댁 마루에 동네 할머니들 다 걸터앉으셨는데,
여름날 오후 볕은 길기도 한데,
감자밭 풀을 매고 논에 든 어른한테 효소를 내가던 우리 아이들,
거기도 나눠드렸겠지요.
할머니들은 이제 그 아이들을 데리고 무료한 오후를 달래시다가
나중에는 논에 든 상범샘도 불러 술도 한 잔 건네십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뻔하지요.
두렁이 저래서 되겠느냐,
구석까지 써래질을 잘 했어야지,
웃거름을 잘 해주었느냐,
모가 좀 어떠하네,
이것저것 코치시랍니다.
그때 달골에서는 종대샘이 포도밭 아래 풀을 베고
젊은할아버지는 포도나무 마지막 줄 순을 따고 계셨지요.

“지붕 있는 주차장이 있어야...”
말이야 오래전부터 있었지요.
결국 농기계가 일을 다 하더라는 늦은 깨달음이 있고 나니
이래저래 미뤄지던 일이 이제 되려는 모양입니다.
그들을 더는 빗속에 둘 수 없다는 게지요.
그예 농기계들 들어가는 집(덤으로 지붕 있는 주차장까지)을 만들자고
아이들이랑 김천에 장보러도 갔습니다.
아무래도 목수샘이 머물 때 붙들고 하면 좋을 테니까요.

달마다 한 차례 와서 하룻밤을 묵어가는 야마기시마을의 최창호님과
오늘밤도 수지침공부가 있었습니다.
상범샘 종대샘 젊은할아버지, 그리고 제가 함께 하였지요.
책방에 있던 류옥하다도 가끔 와서 기웃거렸습니다.
서로에게 침도 놔보고
몇 종류의 맥이 흐르는 길도 익혔네요.
한 사람이 안아내야 할 일의 범주가 많은 요즘의 물꼬라
서로 쳐다보고 웃을 일이 드물다가
환하게 웃고 떠들어보는 시간이었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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