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15.쇠날. 흐림

조회 수 1309 추천 수 0 2007.06.28 10:10:00

2007. 6.15.쇠날. 흐림


해가 길어질 만큼 길어지니
이른 아침 밭이고 들이고 다녀와서도 한갓짐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아침을 산책으로 시작합니다.
‘큰형님느티나무’까지 걸어갔지요.
큰 길로 갔다가 마을 고샅길로 돌아 나옵니다.
“하얀 접시꽃이 폈다!”
“맨드라미도!”
아이들은 마을 집집이 기웃거리며
저만치 따라오고 있습니다.
병 모으던 할아버지네(조중조할아버지네를 아이들을 그리 부릅니다)서
아주 아주 자그만 병에다, 모아서 팔 소주병도 움켜쥐고 왔습니다.
아이들은 남자어른 손가락마디밖에 안 되는 병에다
강아지풀 댓가지 꽂아서는
가마솥방의 볕이 잘 드는 식탁 하나에 놓았지요.

피아노를 친 뒤
잡지 오려 붙이기를 합니다.
이번학기 중심생각공부(집단프로젝트)인 ‘숲이랑’의 갈무리였지요.
허드렛종이를 모아놓은 상자를 가져와 뒤적이다보니
그게 또 얘깃거리이고
마치 자장면 먹으려고 펴놓은 신문을 읽느라 불어버린 면을 입에 넣듯
아이들 역시 이 종이 저 종이에 실린 것들을 구경하느라
자꾸 일이 더딥니다.
그들은 숲에서 뭘 보았고 무엇을 하였던 걸까요...

한 학기 묵은 먼지를 털어냅니다.
어른들도 붙어 점심 먹은 결에 합니다.
‘먼지풀풀’.
어른들은 겨우 겨우 보이는 데만 청소를 하던 이번 학기였습니다.
찔레꽃방학에는 좀 털어내자 하고도
날마다 사는 일이 또 바빴지요.
저까지 한 달을 비우면(7월엔 시카고에 가 있습니다) 더 손이 없을 것이니
오늘 기어이 하자고 팔을 걷어부쳤네요.

어느 결에 단소를 들고 정훈샘이 오셨네요.
“새벽달 저물고 아침이 밝아오니
소금장수 노총각 부스스 문 나서네
오늘은 소금 팔아 또순이 버선에다
고무신도 사겠다고 온 밤을 뒤척였네
소금장수 노총각 발걸음도 부산하게
이리 뒤뚱 저리 뒤뚱 징검다리 건너다가
아이고 이게 웬일이냐 물속으로 곤두박질
에고 이젠 틀렸구나 장가가긴 틀렸구나
아이고, 또순아~”
‘소금장수’로 자진모리를 배웁니다.
쇠와 장구로 간주도 넣었지요.
“덩-덩따쿵따 더덩덩따쿵따
덩덩덩덩덩덩 더덩더덩덩따”

“영어부터 하면 안돼요?”
죙일 좇아다니며 혹 영어를 못할까 노심초사했던 아이들입니다.
오늘은 먼지풀풀도 대대적으로 하겠다 하니
청소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영어시간 잘릴까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무슨 내용인데 저렇게 기다려요?"
"샌드위치 만들거든."
“먹는 거라 그렇구나. 먹을 꺼에 약한 것들...”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지난주에 배웠던 샌드위치 만들기를
직접 자기들 손으로 극처럼 준비했거든요.
샌드위치 ‘속’으로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까지 영어낱말을 물어가며 만들었습니다.
그걸 하나 하나 집어넣어가며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영어로 설명하는 거지요.
종이를 가지고 예쁘게 그림을 그려 오리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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