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22.쇠날. 비 내리다 오후 갬

조회 수 1911 추천 수 0 2007.07.02 04:18:00

2007. 6.22.쇠날. 비 내리다 오후 갬


봄학기(3-5월), 공동체살이(6월) 총정리입니다.
‘스스로공부’는 어느만큼 돼 있을까요?
표지가 너덜거리기도 하고
돌담 위에라도 두었다 챙겨 들이지 못해 비를 맞아 쭈글거리기도 하고
빼곡이 정성들여 기록한 날이 있는가 하면,
듬성듬성 성의 없이 휘갈긴 날도 있었습니다.
다, 그들이 보낸 시간의 흔적이겠습니다.
한 아이는 닭들을 열심히 보고 있고
또 다른 아이는 대해리 주민들을 한 사람씩 인터뷰하고 있지요.
날마다의 삶의 기록은 어떨까요?
“‘날적이’는 좀 쓰니?”
가져오지 않은 아이도 있고
가방에서 꺼내보이는 녀석도 있습니다.
“글씨가 깨끗해지는구나.”
배움방공책도 들여다보고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같이 고쳐나가기도 합니다.
“‘손풀기’ 스케치북도 한 번 볼까?”
아침마다 사물 앞에서 서서 명상하드끼 하는 손풀기 그림에서
더러는 게으름이 보이기도 하고
심드렁해진 표정이 읽히기도 하지만
그만한 명상이 없을 테지요.

‘우리말글’도 마무리 합니다.
쇠날에 있는 ‘숲이랑’을 지난 물날 ‘우리말글’과 바꾸었지요,
국선도에서 여름프로그램을 짜는 일로 다녀가면서.
“공동체, 평화, 배려, 일, 사랑, 배움(공부)!”
우리가 잘 쓰고 이곳의 가치관을 어떤 낱말보다 드러내고 있는 이 말들을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말들로 채워봅니다.
가을학기에 할 우리말글 예비수업이기도 하겠지요.

단소샘이 일찍 오기로 한 날입니다.
상촌초등에서 수업을 마치고 대해리로 들어오는데,
오늘 상촌초에서 현장학습을 갔다던가요.
한참 물이 오른 한 녀석에겐 소금과 대금을 선물하셨습니다.
한 아이는 단소로 연주해온 음으로 금새 소금도 붑니다.
그동안 해왔던 곡들을 연습하고
장구도 치고 쇠도 어울려 합주단이 돼 봅니다.
늘 우리가락이 주는 풍성한 느낌을
잘 가르쳐주는 시간입니다.
단소샘한테도 떡을 나누고 셔츠를 하나 챙기며
이번학기 온 걸음의 고마움을 전합니다.
전에 부탁드렸던,
방학 때 있는 계자에 한밤의 무대 공연을 해주십사 다시 확인하였지요.

연극, 영어, 손말도
한판 정리합니다.
쇠날 시간을 쪼개가며 하던 것들입니다.
아, 우리가락도
새로 배운 삼채변형가락을 쳐보는 것으로 학기를 정리했지요.

날이 갰습니다.
개주어 고맙습니다.
살구가 떨어져내렸고
젊은할아버지가 한 바가지 맛보이러 왔습니다.
시금털털 쉬어서 찌푸리며도 맛이 난다며 달려나가 주워도 먹어봅니다.
미룬 일들을 최대한 하느라고 곳곳을 누빕니다.
내일 출국인데 이제 이러고 있습니다.
이번학기 새로 시작했던 공부가 있었는데 어제 그 갈무리날이었고
오늘은 물꼬 상설학교 갈무리 날,
볕이 수그러든 오후
아이들은 손수레를 끌며 운동장에 널린 쓰레기들을 담으며
큰마당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저들의 학기 마지막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름방학숙제도 나갔네요.
날적이는 얼마나 훌륭한 쓰기연습인지요.
스스로공부도 이어나가라 합니다.
집중교과로 셈놀이를 했으니
학년에 맞는 수학책읽기도 하랬지요.
그리고 무수한 문학책더미에 앉아보라 합니다.
물론 집안일하기는 필수구요.

저녁 8시.
공동체식구들 죄 10여년 유기농 포도밭을 가꾸는 마고농원에 갔습니다.
반찬 몇 가지와 효소와 포도주를 싸안고 갔지요.
산골에서 나누는 게 그런 겁니다요.
포도밭이야기며
밑거름으로 웃거름으로 뭘 주면 좋을까,
병이 들 땐, 나방피해는 어찌 하나,
귀한 얘기가 많아 자리를 뜰 수가 없었지요.
10시가 다 되어 서송원을 나옵니다.
“아직 짐도 못쌌어요...”
내일 시카고 가는데 말입니다.
사람도 몇 없는데 한동안 멀리 가 있어
특히 포도밭이 돌아보고 또 돌아보여
좋은 길눈밝힘이를 소개하지 아니할 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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