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19-25.해-흙날. 비도 오고 그랬어요

조회 수 1418 추천 수 0 2007.09.21 07:14:00

2007. 8.19-25.해-흙날. 비도 오고 그랬어요


버섯에 물을 줍니다.
다음날 눕히지요.
사흘 뒤에 일으켜 세우면
벌써 우르르 버섯들이 나옵니다.
겁나게 돋아나고 겁나게 자라지요.
서둘러 따내지 않으면 금새 늙어버립니다.
공동체에선 한주 동안 버섯을 돌보았습니다.


먼 길에 올랐습니다.
청주에 들린 길(대청댐도 보았네요)에 나선 걸음으로 내리 두루 돌았지요.
한 해 두 차례 있는 한 주씩의 쉼 가운데 여름 한 주입니다.
길눈을 밝혀주는 여러 어르신들을 뵙자 했지요.
광주 성빈여사부터 갔네요.
남영숙원장님을 뵙고 물꼬 품앗이일꾼이기도 한 한혜영이모도 보고
계자를 다녀간 아이들도 만납니다.
아이들 편에 늘 물꼬 살림을 보태오던 그곳입니다.
올해는 달골 햇발동에서 있었던 평화의마을 단식에 다녀가셨던 참이라
뵙고 또 뵈니 반갑기 더하데요.
류옥하다는 아이들이랑 해후를 하고 이틀 밤을 게서 묵기까지 했습니다.
사내애여도 머리를 땋고 있으니
거기 있는 모든 식구들(다 여자거든요) 가운데 하나 같았지요.
큰이모네를 다녀오는 길처럼
원장님으로부터 두둑한 용돈까지 챙겨 왔답니다.
매실즙 매실쥬스 문구류 생활용품들 황토고구마...
산골살이에 요긴하겠다 싶은 걸 또 죄 실어주셨더이다.
저희가 보태도 시원찮을 텐데 말입니다.

<풍경소리>의 김민해목사님도 뵈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원고 청탁을 한 적이 없지만
다음 책을 만들 때가 되면 어김없이 필요한 만큼의 원고가 도착해서 만들어지는 책,
드림의 미학을 통해 ‘믿고 맡기는 삶’에 대한 체험으로 자유로운 당신입니다.
마침 통화할 적 성빈여사에 와 계셨던 터라
저녁에 뵙자 하였더랬지요.
지리산의 좋은 차와 <풍경소리>를 선물로 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광주의 영성지도자(?)들이 뵈었습니다.
노인네들이 힘이 어찌나 센지,
밤새 방 잡아놓고 술도 마셨습니다.
어디 그게 술이었을 라구요.
귀한 ‘말씀’들을 영혼에 부었더이다.
“흔들리다 보면 다 자리를 찾아가는 거야...”
아, 김경일신부님은 담양에 가 계셔 같이 자리하지 못하셨네요.

다음날 한겨레의 권복기님도 오신다하기
같이 자리하자 해놓고는
그만 순천으로 넘어갔네요.
쉬 올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니
예가지 온 김에 시인 박두규샘도 뵈어야겠다 했지요.
마침 올 가을부터 가을 계자 대신 당장 문학캠프라도 하면 어떨까 하던 차에
의견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산골에서 구경하기 힘들다고 상다리가 휘어지는 바닷물요리를 내주셨고
순천만의 밤 갈대 부대끼는 소리와 노래를 선물로 주셨더이다.

순천을 빠져나오는 길에 낙안읍성도 슬쩍 기웃거리고
함안으로 건너가 숲마루재의 이병철샘도 뵈었지요.
가끔 전화야 오고 갔지만
뵌 지 무려 십여 년이나 되었네요.
여전히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상임대표에서부터
생태와 환경을 위해 애쓰는 단체들에 두루 손을 내고 계셨습니다.
맛난 보리밥상을 주셨고
따끈따끈 최근에 엮으신 <당신이 있어>를 주셨습니다.

옥영경님과 그의 일당.
이 江건너 / 저 언덕에 이르는 / 生의 여전에서
사랑이란 / 당신이 있어 / 내가 있음을 아는 것.
- 07년 즈믄 여름 지나 / 如流

아쉬움으로 인사가 더딘데 한 마디를 더 얹으셨지요.
“맘 편한 게 젤입니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맞다, 맞다...’
어쩜 물꼬의 흐름에 큰 안내기둥 하나 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이래서 어른들을 만나고 사나 봅니다.

그리고 게서 머잖은 류옥하다 외가에도 들러
항아리 째 고추장과 미숫가루, 갓 떠온 꿀단지를 실었지요.
늘 그 그늘의 끝을 모르겠는 어른 그늘이랍니다.

올라오는 길엔 청도 한옥학교에도 들러 변숙현샘도 만났는데,
청도에서 온 아이들을 데리고 열었던 어느 해의 짧은 계자에
당신의 두 아이도 있었음을 오늘에야 알았지요.
‘새로운 학교를 여는 모임’이 있었던
94년 그 해 겨울 같은 장소에 있었음도 알았네요.
끼리끼리 어울린 게 되나요.
저녁상을 잘 받고
덕분에 다음날엔 적천사에 들러 좋은 차에 때 늦은 밥도 공양 받았더이다.

‘흔들리다보며 어느 순간 제자리를 찾아가 있다...
맘 편한 게 젤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등에 달려 온 말들입니다.
그냥 살아가면 될 일이지요.
이왕이면 잘 쓰이면서 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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