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27.달날. 비

조회 수 1232 추천 수 0 2007.09.21 07:16:00

2007. 8.27.달날. 비


이른 아침부터 류옥하다선수와 젊은할아버지가
버섯을 썰고 있었습니다.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 며칠이지요.
벌써 모든 바구니가 다 철철 넘칩니다.
여간 큰살림이 아닌 이곳에 있는 왼갓 바구니가 나오고도
식탁마다 널어야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눈치가 심상찮습니다.
물을 머금고 서둘러 말리지 못한 버섯은 금새 시커멓게 변해 상하는데,
날이 받쳐주어얄 텐데...
요 앞에도 실컷 썰었으나
궂은 날씨로 볕을 못 봐 거름장에 보내야했던 일이 있었지요.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있었습니다.
‘생명평화결사모임’이 제대로 된 이름일 것인데
동의 없이 결사라는 말을 빼고 씁니다.
다수가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체를 결성할 때 쓰는
結社(결사)가 아닐까 싶은데,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할 것을 결심하는
決死(결사)로 들려 너무 무거워서요.
그런데 실제로 뭘 쓴답니까?
한 번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달에 한 차례는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고 하고
오늘이 그 첫 번째였습니다.
그동안 시카고에 가 있느라, 그리고 계자로 산골을 나가지 못하다
이제야 얼굴들을 보았지요.

지아 장 커 감독의 .
2년의 댐건설에 2000년의 역사가 물에 잠기고 있는 산샤를 배경으로
중국이 자본주의 안으로 편재되어 가는 모습과
그 속에 외줄타기 하는 개인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지요.
“나는 카메라를 통해 내가 목격한 파괴를 고발하려 한다. 나는 고함소리와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삶이란 어떠한 좌절 속에서도 저마다의 아름다운 색으로 피어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감독의 변(辨) 가운데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
일정정도 빚을 지고 있는 듯도 했습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속에서도
꽃을 가꾸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짓고 일을 하는,
‘그리고’ 삶은 계속되었지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했습니다.
‘그리고’와 ‘그래도’의 차이에서 영화가 무거워졌던 모양입니다.
이 거대한 자본의 틈새에서
우리는 인간의 품위를 어떻게 견지할 것인가 쯤에
모임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었을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76 2006.11. 2.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11-03 1235
1475 2007. 4.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235
1474 2007. 8. 4. 흙날. 맑음 / 12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8-16 1235
1473 2007. 9.17.달날. 갠 하늘이 다시 차차 흐림 옥영경 2007-10-01 1235
1472 2007. 9.22. 흙날. 흐리다 빗방울 옥영경 2007-10-05 1235
1471 2007.10.23.불날. 맑음 옥영경 2007-10-29 1235
1470 2008. 3.25.불날. 한 차례 눈발 옥영경 2008-04-12 1235
1469 2008. 4. 3.나무날. 어제보다 바람 더 많은 옥영경 2008-04-18 1235
1468 2009. 2.16.달날. 다시 얼고 고래바람 옥영경 2009-03-07 1235
1467 [바르셀로나 통신 4] 2018. 3.19.달날. 잔비 내리는 밤 옥영경 2018-03-20 1235
1466 4월 29일 쇠날 뿌연 하늘, 산불 때문에? 옥영경 2005-05-08 1236
1465 2006.4.18.불날. 황사 옥영경 2006-04-21 1236
1464 2008. 3.17.달날. 맑음 옥영경 2008-04-06 1236
1463 2008. 6.19.나무날. 비 옥영경 2008-07-06 1236
1462 2월 14일 달날, 흐림 옥영경 2005-02-16 1237
1461 4월 12일 불날 물먹은 하늘 옥영경 2005-04-17 1237
1460 8월 22-24일, 한라산 산오름 옥영경 2005-09-11 1237
1459 113 계자 닫는 날, 2006.8.26.흙날.맑음 옥영경 2006-09-13 1237
1458 2006.11. 6.달날. 비 옥영경 2006-11-07 1237
1457 117 계자 닷샛날, 2007. 1.26.나무날. 흐리다 눈 / 노박산 옥영경 2007-02-03 123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