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27.달날. 비

조회 수 1241 추천 수 0 2007.09.21 07:16:00

2007. 8.27.달날. 비


이른 아침부터 류옥하다선수와 젊은할아버지가
버섯을 썰고 있었습니다.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는 며칠이지요.
벌써 모든 바구니가 다 철철 넘칩니다.
여간 큰살림이 아닌 이곳에 있는 왼갓 바구니가 나오고도
식탁마다 널어야했습니다.
그런데 어째 눈치가 심상찮습니다.
물을 머금고 서둘러 말리지 못한 버섯은 금새 시커멓게 변해 상하는데,
날이 받쳐주어얄 텐데...
요 앞에도 실컷 썰었으나
궂은 날씨로 볕을 못 봐 거름장에 보내야했던 일이 있었지요.


‘영동생명평화모임’이 있었습니다.
‘생명평화결사모임’이 제대로 된 이름일 것인데
동의 없이 결사라는 말을 빼고 씁니다.
다수가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체를 결성할 때 쓰는
結社(결사)가 아닐까 싶은데,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힘을 다할 것을 결심하는
決死(결사)로 들려 너무 무거워서요.
그런데 실제로 뭘 쓴답니까?
한 번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달에 한 차례는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고 하고
오늘이 그 첫 번째였습니다.
그동안 시카고에 가 있느라, 그리고 계자로 산골을 나가지 못하다
이제야 얼굴들을 보았지요.

지아 장 커 감독의 .
2년의 댐건설에 2000년의 역사가 물에 잠기고 있는 산샤를 배경으로
중국이 자본주의 안으로 편재되어 가는 모습과
그 속에 외줄타기 하는 개인의 삶을 그려내고 있었지요.
“나는 카메라를 통해 내가 목격한 파괴를 고발하려 한다. 나는 고함소리와 흩날리는 먼지 속에서 삶이란 어떠한 좌절 속에서도 저마다의 아름다운 색으로 피어난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감독의 변(辨) 가운데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
일정정도 빚을 지고 있는 듯도 했습니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속에서도
꽃을 가꾸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짓고 일을 하는,
‘그리고’ 삶은 계속되었지요.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했습니다.
‘그리고’와 ‘그래도’의 차이에서 영화가 무거워졌던 모양입니다.
이 거대한 자본의 틈새에서
우리는 인간의 품위를 어떻게 견지할 것인가 쯤에
모임 사람들의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었을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194 2007. 4.19.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243
5193 9월 10일 흙날 흐리다 갬, 어서 오셔요! 옥영경 2005-09-19 1243
5192 3월 15일 불날 흐리다 오후 한 때 비 옥영경 2005-03-17 1243
5191 2016. 9.25.해날. 맑다고 하기가... / 버섯 산행 옥영경 2016-10-08 1242
5190 146 계자 여는 날, 2011. 8. 7.해날. 비 잠시, 그리고 밤 창대비 옥영경 2011-08-25 1242
5189 2010 가을 몽당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0-11-06 1242
5188 2009. 1.24.흙날. 눈발 옥영경 2009-02-05 1242
5187 2007. 9.17.달날. 갠 하늘이 다시 차차 흐림 옥영경 2007-10-01 1242
» 2007. 8.27.달날. 비 옥영경 2007-09-21 1241
5185 2007. 8. 4. 흙날. 맑음 / 12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8-16 1242
5184 117 계자 닷샛날, 2007. 1.26.나무날. 흐리다 눈 / 노박산 옥영경 2007-02-03 1242
5183 2011.12. 6.불날. 싸락눈 내린 아침 옥영경 2011-12-20 1241
5182 2008. 6.19.나무날. 비 옥영경 2008-07-06 1241
5181 2007.10.23.불날. 맑음 옥영경 2007-10-29 1241
5180 2007. 9.25.불날. 휘영청 달 오른 한가위 옥영경 2007-10-05 1241
5179 9월 12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9-24 1241
5178 5월 16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5-21 1241
5177 2월 10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5-02-16 1241
5176 5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12. 5.27.해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240
5175 2011. 6.15.물날. 맑음 / 보식 3일째 옥영경 2011-07-02 124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