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1.흙날. 구멍 뚫린 하늘

조회 수 1305 추천 수 0 2007.09.23 16:55:00

2007. 9. 1.흙날. 구멍 뚫린 하늘


‘우기’입니다.
세상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비만 내린 듯합니다.
그 비를 뚫고 광주에서도 손님이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사 조상희님이십니다.
공동체와 그룹홈에 관심있다셨지요.
포도밭에 예초기를 돌리겠다고
작업복이며 신발이며 연장들도 다 챙겨온 행운님과 유수님은
잠시도 그칠 줄 모르는 빗줄기에
마음 자꾸 안타까우신 모양입니다.
예가 쉼터가 되어도 고마울 일인데
외려 군식구 되진 않나 걱정이셨답니다.
그래도 어디 가만 계시는 어르신들이신가요,
아이들이 훑고 간 교실들이며 복도 책방 쓸어주셨고
달골 홈통이며 배수구며 두루 돌아봐주시다
뛰어 댕기지 못해 좀이 쑤신 산골 아이를 데리고
산마을 예제 움직여도 주셨더이다.

손님들을 달골로 보내고 간장집에 들어오니
밤 열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어!”
그런데 마루가 흥건했지요.
아이의 옷상자도 다 젖었습니다.
물론 옷도.
이런! 고개를 드니 천장에서 물이 샙니다.
새는 지점이 하나라 다행이지요.
마른 걸레로 닦고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니
다행히 하나입니다.
“요새 할머니들 집도 이렇지 않은데...”
아이가 ㅤㄴㅓㅈ은 마루를 닦으며 슬쩍 툴툴거립니다.
그렇다고 딱히 궁시렁거리는 건 또 아닙니다.
나름 재미난 사건이 일어났다는 투였지요.
이를 닦으러 부엌섬돌에 내려서서도
입이 건질거린 녀석입니다.
“가난한 우리집... 60년대도 아니고...”
오래된 집입니다.
오래된 마당이 있고
역시 오래된 지붕을 가졌겠지요.
양철쓰레기통을 받쳐두었습니다.
딱, 딱, 딱...
경쾌합니다.
조금 서글프지려던 맘도 괘한하(괜찮아)집니다.
“엄마, 엄마!”
아이는 어느새 자신이 만든 레고 수비대를 양철통 옆에 보냈습니다.
“이건 사다리타고 보수공들이 올라가는 거예요.”
어느새 좋은 놀이터가 됩니다.
유쾌해집니다.
그만 ‘즐거운 가난’이 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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