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3.달날. 흐리다 비

조회 수 1241 추천 수 0 2007.09.23 16:57:00

2007. 9. 3.달날. 흐리다 비


가을학기를 시작합니다.
비는 이 아침도 멎을 기미가 없습니다.
“뭐예요?”
젊은할아버지가 액자를 한 아름 안고 오셨습니다.
선물이라십니다.
세상에, 언제 이런 걸 마련하셨답니까.
지난 5월 25일 봄학기 갈무리산오름,
아마 백운산 꼭대기 다다르기 전이었지요,
한 눈에도 오랜 세월을 읽어낼 수 있었던 소나무 한 그루가
우리 눈을 비끄려맸습니다.
바람 많은 꼭대기께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는지를
낮은 키로, 구비 구비 몸을 비튼 흔적으로,
잠시 생각게 했더이다.
그 나무 위에 아이들이 올라가 기쁨을 외치던 장면입니다.
학교에 걸 커다란 것과
아이들이 각자 하나씩 들고 갈 작은 액자들이었답니다.
얼마되지도 않은 용돈을 젊은할아버지는
늘 아이들에게 공동체식구들에게 쓰고 계시지요.

가을학기 속틀을 짜고, 9월 일정을 챙기고,
저들이 더 잘 알지요,
첫 주 산오름은 어디로 가느냐,
바깥수업은 아무래도 다음주부터겠지요,
뭐 그런 말들을 섞어가면서 말입니다.
여름날에 대한 이야기도 꼬리를 잇습니다.
<보물섬>, <나니아연대기>, <시튼동물기>, 푸른 눈의 인디언 전사 <타탕카>...
어린날 흥미롭게 읽었던 책을 다시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며
세대공감이 어찌나 느껍던지요.

첫 포도를 땄습니다.
풀숲을 헤치고 젊은할아버지가 따내오셨네요.
비가 와서 예년과 달리 한 주가 늦어졌습니다.
게다 익은 게 겨우 보일뿐 아직 해를 기다리고 있는 그들이랍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할 수 있을라나 모르겠네요.”
우리야 사정이 덜합니다만
포도를 내서 돈을 사야하는 농가들은
이 비를 어찌 견뎌내고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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