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8-9.흙-해날. 개고 맑았지요

조회 수 1297 추천 수 0 2007.09.25 01:23:00

2007. 9. 8-9.흙-해날. 개고 맑았지요


“나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자신을 무한 공간의 제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셰익스피어의 <햄릿> 제2막 2장에서)

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라는 책이 있지요.
일반인을 대상을 썼다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는데
브레인 세계 이론, 허수 시간 개념, 파인만의 복수의 역사개념,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들을
호킹이 종합한(잘은 모르지만) 얘기쯤 되는 듯합니다.
우주의 역사가 매끄러운 구면이라면 예측가능하고 밋밋할 텐데
호두껍질처럼 울퉁불퉁하므로 인간과 같은 지적인 존재가 탄생했다 뭐 그런.
허수시간의 다양한 역사들이 약간 변형된 구,
그러니까 호두껍질 같은 모양이다, 그런 얘기였지요.

호두나무 많은 이곳입니다.
호두를 털었지요.
장대를 가지고 칩니다.
학교 뒤편, 사택 뒤란, 학교 남새밭, 달골 창고동 앞과 햇발동 곁,
다 털어도 자루 하나를 채우지 못하던 작년이더니
올해는 그 양이 제법입니다.
몇 알 들지도 않아 작년에는 털어낼 생각도 않았던
포도밭 아래와 콩밭 가장자리 것까지 더하니
마당 한 켠이 작은 언덕입니다.
흔한 만큼 호두 팔아 돈을 살 땐 값이 내려가겠지만
거둔다는 건 배부른 일이지요.
두어 차례는 더 털어야잖을까들 합니다.
밤도 주웠습니다.
벌레 먹은 게 더 많지만
반질반질한 밤톨껍질은 말갛게 웃고 있는 아이 같습니다.
그렇게 긴긴 비 끝에도 때가 되니 가을이 옵니다.
반갑습니다.

식당을 하고 있는 물한계곡 가의 뉘댁에서
아이들 먹이라며 복숭아도 보내오셨습니다.
오래 두며 먹겠다고 일일이 씻어 하나씩 랩을 씌운 것들이었지요.
내 집 수확이 아니어도 풍요로운 가을입니다.
고마운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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