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13.나무날. 맑음 / 남도에서 온 택배

조회 수 1300 추천 수 0 2007.09.25 02:31:00

2007. 9.13.나무날. 맑음 / 남도에서 온 택배


공동체식구모임이 있었습니다.
포도수확일정을 잡았지요.
오늘 내일 포도 상태를 보며 하기로 했던 결정입니다.
더는 미룰 수 없겠다고 이번 주말로 몰기로 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영동 읍내에서, 사람들이 좀 붙기로도 하였지요.
“즙을 내고 나면 생과가 남기는 하려나...”
50콘티로 저온즙을 짜려 보내고 나면
생물로 나갈 수 있는 게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포도송이도 부실하고...
한편, 포도 말고도 쌀 호도 버섯들을 장에 내려 합니다.
식구가 많지 않으니 입이 줄었고, 그런 만큼 농산물도 여유가 많네요.


남도에서 택배가 하나 왔습니다.
평소 여기서 잘 쓰이는 파스랑
몸살감기에 차로 타서 먹으면 좋다는 한약과립제제,
'새벽엔 한기가 느껴지기도 할 물꼬의 이른 추위에 몸 움츠릴까' 탕약도 왔지요.

(...)잘들 지내시죠?
요사이 며칠 가을볕이 따가워 물꼬 포도밭이 단내로 흥건하리라 짐작합니다.
마음은 몇 번씩 물꼬를 드나드네요. 하루에도 말입니다.(...)
진정을 갖추지 못하고 어설프게 걸치는 다리가 될까
진작에 드리지 못한 것들입니다.(...)
물꼬는 그대로 자연 같아서 과자 하나, 약 한 봉지 보태기도 많이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때로 필요한 곳이 생기기도 할까 해서요.
올 여름 그곳을 다녀온 뒤 한동안 마음가짐이 선해졌더랍니다. 이것만도 귀한 인연인데
욕심은 또 다른 가지를 치네요.
다만 지금은 사는 것에 서투르고 힘겨울 때 고개 들어 바라볼 언덕빼기 하나 있다는 것에
마음 기대고 지냅니다.
게으르고 슬픈 제가 물꼬의 바지런함, 낙천과 긍정성을 따라 배워 물들기를...
그리고 멀기는 하여도 너무 늦지 않은 날에 공동체 밥상에 마주 앉기를 소망합니다.
하루 하루
햇살같이 충만한 가을날 되소서.

‘아실지, 이곳이야말로 그대로 인해 선해진다는 걸,
그대 덕으로 힘이 난다는 걸...’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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