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2.불날. 맑음

조회 수 1159 추천 수 0 2007.10.13 23:28:00

2007.10. 2.불날. 맑음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까페가 있는 모양입니다.
울 이웃 이철수아저씨가 요새 산골 사는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나요.
하여 이래저래 사람들이 드나드는데
물꼬도 꼭 인사를 옵니다.
지금이야 자리를 잡았지만
기대고 농사를 연습하거나 할 그런 곳이 있으면 좋겠던 옛 적
이곳을 알았으면 좋았겠다고,
그래서 홀로 귀농을 생각하는 이들을 잘 연결하고 싶은 듯합니다.
물꼬로서도 힘이지요,
장기방문자로 같이 잘 살다
이웃이 되거나 혹은 식구가 된다면 좋을 일이다마다요.

그 쪽 인연으로 다녀간 왕혜금님이
오는 15일 천연세제강의를 하러 오기로 하였는데
물꼬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마 했지요.
지금 청도에서 쪽 염료를 내는 전통기법을 익히고 있다셨습니다.
우리나라 정도의 위도라면 어데서고 자라는 것이지만
전통기법은 찾기가 어렵다더디만...
삭힌 쪽에 석회, 잿물로 불순물을 없애고 염료를 얻는다데요.
한번을 담그면 하늘색,
두 번 세 번 담글수록 푸른빛이 짙어져 감색이 되는,
곤색이라고도 하고 대청색이라 부르는 쪽빛을 그렇게 얻는댔지요.
물꼬가 두어 해전 쪽을 심었더랬습니다.
여름 꽃대 오르기 전 잎을 베어 삭혀야 한댔는데,
칠팔월 여름 계자에 뒤엉켜 보내고 돌아보면
쑥대밭이 되어버린 게 어디 쪽밭이기만 했을라구요.
아, 그 얘기요, 천연세제 만들기,
12일 쇠날 용인의 댁으로 찾아가서 배우기로 합니다.

오랜만에 소설 한 권 잡았습니다.
인조 14년 병자년에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지요.
예조판서 김상헌이 일흔다섯 형 김상용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적들이 이미 서교에 당도하였고, 조정은 파천하였다. 어가는 남대문에서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향하였다. 세자는 상감을 따랐다. 나는 빈궁과
대군을 받들어 강화로 간다. 그리 되었으니 그리 알라. 그리 알면 스스로
몸 둘 곳 또한 알 것이다. 참혹하여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김훈의 <남한산성> p.39)

그리 되었으니 그리 알라...
그리 알면 스스로 몸 둘 곳 또한 알 것이다...
참혹하여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
처연하되 아름다운 문장 앞에서
시를 읊듯 곱씹어보는데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다만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입니다.
그저 눈앞에 닥친 일을 대면하며 살아갑니다.
이것이 어찌 허무라고만 하겠는지요.
근근이 살아가는 인간세가 눈물겹다더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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