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6.불날. 맑음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2007.10.26 07:06:00

2007.10.16.불날. 맑음


콤바인으로 벼를 거둔다 해도
논 가장자리는 기계가 닿지 못합니다.
해서 가 쪽은 손으로 베주어야 하지요.
아이들이랑 벼를 벴습니다.
할머니들은 마지막 메뚜기를 잡고 계셨지요.
“이 논만 메뚜기가 들어.”
그럴 밖에요,
마을 젤 웃다랑이인 물꼬 논엔 농약을 치지 않으니까요.
올해도 우렁이농법으로 지었더랬습니다.
할머니들은 이 가을
틈만 나면 논두렁에서 손으로 휘익 휘익 훑고 계셨지요.
볶아 먹으면 그게 그리 맛나답니다.

아놀드 로벨의 <길을 가는 메뚜기>였지요, 아마.
그 왜, 개구리와 두꺼비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작가 말입니다.
어느 날 메뚜기는 느닷없이 여행이 가고 싶어서 길을 떠납니다.
길 위에서 딱정벌레도 만나고 모기도 만나고
나비와 잠자리떼도 만나지요.
모두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늘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요.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먼지가 자욱하고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여행을 가는 메뚜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얼마쯤 그걸 알 수 있게 될까요?
누군가 햇살처럼 빛나고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삽화라고 했더랬습니다.
낼은 아이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어야겠습니다,
논에 나가 마지막 메뚜기를 좇아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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