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6.불날. 맑음

조회 수 1271 추천 수 0 2007.10.26 07:06:00

2007.10.16.불날. 맑음


콤바인으로 벼를 거둔다 해도
논 가장자리는 기계가 닿지 못합니다.
해서 가 쪽은 손으로 베주어야 하지요.
아이들이랑 벼를 벴습니다.
할머니들은 마지막 메뚜기를 잡고 계셨지요.
“이 논만 메뚜기가 들어.”
그럴 밖에요,
마을 젤 웃다랑이인 물꼬 논엔 농약을 치지 않으니까요.
올해도 우렁이농법으로 지었더랬습니다.
할머니들은 이 가을
틈만 나면 논두렁에서 손으로 휘익 휘익 훑고 계셨지요.
볶아 먹으면 그게 그리 맛나답니다.

아놀드 로벨의 <길을 가는 메뚜기>였지요, 아마.
그 왜, 개구리와 두꺼비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작가 말입니다.
어느 날 메뚜기는 느닷없이 여행이 가고 싶어서 길을 떠납니다.
길 위에서 딱정벌레도 만나고 모기도 만나고
나비와 잠자리떼도 만나지요.
모두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늘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요.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먼지가 자욱하고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여행을 가는 메뚜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얼마쯤 그걸 알 수 있게 될까요?
누군가 햇살처럼 빛나고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삽화라고 했더랬습니다.
낼은 아이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어야겠습니다,
논에 나가 마지막 메뚜기를 좇아다니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314 2007. 9.28.쇠날. 맑음 옥영경 2007-10-09 1262
1313 2007.10.11.나무날. 개운치 않은 하늘 옥영경 2007-10-17 1262
1312 9월 16일 나무날 비오다 갬 옥영경 2004-09-21 1263
1311 2005.12.22.나무날.밤새 눈 내린 뒤 맑은 아침 / "너나 잘하세요." 옥영경 2005-12-26 1263
1310 2005.12.30.쇠날.맑음 / 우리들의 어머니 옥영경 2006-01-02 1263
1309 2007. 1. 6.흙날. 눈, 눈 / 11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1-10 1263
1308 2007. 3.27.불날. 정오께 짙은 구름 들더니 빗방울 옥영경 2007-04-09 1263
1307 2009. 1.31.흙날. 맑음 옥영경 2009-02-06 1263
1306 11월 빈들 여는 날, 2010.11.26.쇠날. 맑음 옥영경 2010-12-12 1263
1305 2011. 2.14.달날. 눈발 옥영경 2011-02-26 1263
1304 2011.11. 5.흙날. 젖은 있는 땅 옥영경 2011-11-17 1263
1303 2011년 11월 빈들모임 갈무리글 옥영경 2011-12-05 1263
1302 7월 23일, 집으로 옥영경 2004-08-05 1264
1301 9월 9일 나무날 먹구름 있으나 맑다고 할 만한 옥영경 2004-09-17 1264
1300 12월 25일,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셋 옥영경 2005-01-02 1264
1299 3월 11일 쇠날 살짜기 오는 비 옥영경 2005-03-13 1264
1298 3월 17일 나무날 비내리다 갬 옥영경 2005-03-21 1264
1297 2006.10. 4.물날. 맑음 / 이동철샘이 보내오신 상자 옥영경 2006-10-10 1264
1296 2007. 4.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7-04-16 1264
1295 2008. 1.26-7.흙-해날. 맑음 옥영경 2008-02-22 126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