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6.불날. 맑음

조회 수 1286 추천 수 0 2007.10.26 07:06:00

2007.10.16.불날. 맑음


콤바인으로 벼를 거둔다 해도
논 가장자리는 기계가 닿지 못합니다.
해서 가 쪽은 손으로 베주어야 하지요.
아이들이랑 벼를 벴습니다.
할머니들은 마지막 메뚜기를 잡고 계셨지요.
“이 논만 메뚜기가 들어.”
그럴 밖에요,
마을 젤 웃다랑이인 물꼬 논엔 농약을 치지 않으니까요.
올해도 우렁이농법으로 지었더랬습니다.
할머니들은 이 가을
틈만 나면 논두렁에서 손으로 휘익 휘익 훑고 계셨지요.
볶아 먹으면 그게 그리 맛나답니다.

아놀드 로벨의 <길을 가는 메뚜기>였지요, 아마.
그 왜, 개구리와 두꺼비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작가 말입니다.
어느 날 메뚜기는 느닷없이 여행이 가고 싶어서 길을 떠납니다.
길 위에서 딱정벌레도 만나고 모기도 만나고
나비와 잠자리떼도 만나지요.
모두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늘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요.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먼지가 자욱하고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여행을 가는 메뚜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얼마쯤 그걸 알 수 있게 될까요?
누군가 햇살처럼 빛나고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삽화라고 했더랬습니다.
낼은 아이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어야겠습니다,
논에 나가 마지막 메뚜기를 좇아다니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4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69
6593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346
6592 노래자랑 참가기 옥영경 2003-12-26 2339
6591 [2018.1.1.해날 ~ 12.31.달날]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8-01-23 2328
6590 계자 열 이틀째 1월 16일 쇠날 옥영경 2004-01-17 2327
6589 3월 15-26일, 공연 후원할 곳들과 만남 옥영경 2004-03-24 2318
6588 KBS 현장르포 제3지대랑 옥영경 2004-03-24 2315
6587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314
6586 '서른 즈음에 떠나는 도보여행'가 박상규샘 옥영경 2003-12-26 2313
6585 가마솥방 옥영경 2003-12-20 2307
6584 계자 열쨋날 1월 14일 물날 옥영경 2004-01-16 2300
6583 입학원서 받는 풍경 - 둘 옥영경 2003-12-20 2289
6582 6월 17일, 쌀과 보리 옥영경 2004-06-20 2283
6581 대해리 마을공동체 동회 옥영경 2003-12-26 2283
6580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277
6579 물꼬 미용실 옥영경 2003-12-20 2263
6578 4월 10일 흙날, 아이들 이사 끝! 옥영경 2004-04-13 2258
6577 3월 4일 포도농사 시작 옥영경 2004-03-04 2254
6576 3월 2일 예린네 오다 옥영경 2004-03-04 2254
6575 계자 다섯쨋날 1월 9일 옥영경 2004-01-10 225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