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6.불날. 맑음

조회 수 1287 추천 수 0 2007.10.26 07:06:00

2007.10.16.불날. 맑음


콤바인으로 벼를 거둔다 해도
논 가장자리는 기계가 닿지 못합니다.
해서 가 쪽은 손으로 베주어야 하지요.
아이들이랑 벼를 벴습니다.
할머니들은 마지막 메뚜기를 잡고 계셨지요.
“이 논만 메뚜기가 들어.”
그럴 밖에요,
마을 젤 웃다랑이인 물꼬 논엔 농약을 치지 않으니까요.
올해도 우렁이농법으로 지었더랬습니다.
할머니들은 이 가을
틈만 나면 논두렁에서 손으로 휘익 휘익 훑고 계셨지요.
볶아 먹으면 그게 그리 맛나답니다.

아놀드 로벨의 <길을 가는 메뚜기>였지요, 아마.
그 왜, 개구리와 두꺼비 이야기로 우리를 즐겁게 하던 작가 말입니다.
어느 날 메뚜기는 느닷없이 여행이 가고 싶어서 길을 떠납니다.
길 위에서 딱정벌레도 만나고 모기도 만나고
나비와 잠자리떼도 만나지요.
모두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늘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요.
자신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그 길을 어떻게 가야하는지,
먼지가 자욱하고 길게 뻗은 길을 따라 여행을 가는 메뚜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얼마쯤 그걸 알 수 있게 될까요?
누군가 햇살처럼 빛나고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삽화라고 했더랬습니다.
낼은 아이들에게 그 얘기를 들려주어야겠습니다,
논에 나가 마지막 메뚜기를 좇아다니면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14 2019.10. 1.불날.흐림 옥영경 2019-11-22 530
1413 2023.10.12.(나무날)~15(해날). 흙날 잠시 비 떨어진 걸 빼고 맑았던 / 난계국악·와인축제 옥영경 2023-10-24 529
1412 2023.10.10.불날. 맑음 옥영경 2023-10-24 529
1411 2020. 1. 5.해날. 맑음 / 계자 준비위 옥영경 2020-01-20 529
1410 2023. 1. 5.쇠날. 잠깐 해 옥영경 2024-01-08 528
1409 2019. 9. 8.해날. 태풍 지났으나 비 옥영경 2019-10-23 528
1408 2019. 6. 9.해날. 구름 조금 옥영경 2019-08-05 528
1407 2023.10. 2.달날. 맑음 옥영경 2023-10-17 527
1406 2022. 1.16.해날. 흐리다 맑음 / 드르륵 문 여는 소리 옥영경 2022-01-26 527
1405 2022. 9. 4.해날. 아주 가끔 볕도 지나는 흐린 날 / 9월 집중수행 닫는 날 옥영경 2022-09-17 526
1404 2020. 3. 9.달날. 흐린 오후 밤비 옥영경 2020-04-12 524
1403 2019. 6.30.해날. 오후 갬 / 남북미 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옥영경 2019-08-14 524
1402 2023.11. 9.나무날. 흐리다 밤 비 옥영경 2023-11-19 523
1401 2020. 3.23.달날. 맑음 옥영경 2020-05-03 523
1400 2020. 2.18.불날. 갬 옥영경 2020-03-18 523
1399 2023.11.10.쇠날. 갬 옥영경 2023-11-19 522
1398 2021. 2.24.물날. 맑음 옥영경 2021-02-25 522
1397 166 계자 나흗날, 2020. 8.12.물날. 갬 옥영경 2020-08-16 522
1396 10월 물꼬스테이 닫는 날, 2019.10.20.해날. 맑음 / 아고라 잔디 30평을 심은 그 뒤! 옥영경 2019-12-05 522
1395 2022. 4. 8.쇠날. 맑음 / 설악산 아래·8 – 십동지묘, 그리고 토왕성 폭포 옥영경 2022-05-05 52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