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8.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28 추천 수 0 2007.10.29 04:50:00

2007.10.18.나무날. 맑음


‘스스로 공부’를 하는 나무날이면
종일 아이들은 천지를 다닙니다.
물론 자기 연구주제에 접근하는 거야 기본이구요.
어제부터 저들이 쓸 수 있도록 인터넷을 열어 두었으니
(진즉에 마련은 하였으나)
그걸 통해서 자료들을 찾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루해가 길지요.
옥상이 있는 집이란 집은 다 오르고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가서 앉았기도 하고
윗마을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고춧잎을 따는 걸 보며
밭에 들어 손을 보태기도 하였지요.

물한계곡으로 오르는 길에서 대해리로 뻗치는,
그러니까 흘목에서 이 골짝에서 들어오는 길은
조금이라도 젖은 날의 겨울
아주 혼이 납니다.
해가 닿지 않아 내내 얼어있는 거지요.
해서 거기를 피해 볕드는 곳으로 길을 내서
마을로 굽어지는 데에서 기존 길과 만나게 한다는 계획이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그런데 땅주인이 땅을 안 판다 하니 도리 없다가
최근 무슨 결정이 난 모양이지요.
측량기사가 드나들고 있는 이즈임입니다.
지나다 차를 세우고 이 얘기 저 얘기 건네봅니다.
“이후로 또 저 위쪽으로 길을 넓힌다 카네요.”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길을 자꾸 닦는데요?”
“마을 사람 좋을라 카지요.”
“저도 마을 사람인데, 다닐 만한데...”
음지를 피하는 것까지야 반갑지 않을 리 없으나
일이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꾸 길은 넓어질 양입니다.
적당히 세상 삶을 피한듯해서 들어왔던 산골에서
자꾸 밖으로 난 길이 넓어진다 하니 마음 시끄럽네요.
식구 가운데 누구는 더 높이 깊이 들어가자고도 하는데,
두고 볼 일이겠습니다.


멀리 양양에 어르신 한 분 계시지요.
당신께도 또 어르신이 있겠습니다.
얼마 전 당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중국 여행을 가셨던가 봅니다.
당신 소식 궁금타가 전화드리기엔 너무 이른 시간,
당신이 꾸리는 인터넷까페를 들어갔다
귀한 글 하나 읽고 돌아왔습니다.

"어머니 뭐 드실라요?"
"나는 커피나 한잔 사다고."
매점의 커피 값이 비싸다고 돌아온 옆지기를 보고 어머니는 말씀하시었다.
"이런 곳에 오면 입맛을 다시고 가야지 그냥가면 못쓴다.
나는 시장 가서도 입맛다시고 오지 그냥 안 온다.
그래야 없이 사는 그들도 먹고 살 것 아이가."

어른이 달래 어른이겠습니까.
바다 같은 마음이겠습니다.
당신들 그 마음을 익히지 못하고
나이만 좇아갑니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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