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1.해날. 맑음 / 겨울 날 채비

조회 수 1315 추천 수 0 2007.10.29 04:53:00

2007.10.21.해날. 맑음 / 겨울 날 채비


밥알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겨울 날 준비를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단도리를 하고,
내달 김장만 하면 겨울 걱정 뚝딱이지요.
더 필요할 것 없는 산골살이입니다.

서울에서 기락샘도 오고
집 지으러 나가있던 종대샘도 붙고
영동대 ‘참사랑봉사단’ 친구들도 도우러 왔습니다.
식구들이 아침을 조금 더디게 먹더라도
오는 이들과 국밥 한 그릇 같이 먹자 하였지요.
늦은 이부자리가 달콤할 해날
굳이 이른 아침부터 오십사 하였는데,
이런, 연탄이 늦어집니다.
덕분에 여유로이 차도 마시고
마늘도 같이 까며 도란거리기도 하였네요.
사람들이 손발을 보태러 오면 내내 코가 땅에 닿도록 일만 하다 가는데,
저가 어떤 사람인가 이름자 한 번을 부르기 쉽지 않은데,
오늘은 고마운 날입니다.
“왔어요!”
열 시를 넘기며 연탄 삼천 장이 들어왔고
천 장이 숨꼬방 앞 된장집 오르는 계단으로 갔습니다.
미리 옷방에서 작업복으로 아래위 다 갈아입고
양말에 신발까지 맞추었지요.
아이들이 트럭에서 연탄을 밀어주면
계단 아래서 위까지, 그리고 광까지
나래비로 선 이들이 한 장씩 보냅니다.
“딱 준비가 됐더만. 쉬었다 하자 소리 한 번을 안하데...”
“그들이 그렇더라...”
참사랑봉사단 친구들을 말합니다.
그들이라면 벌써 세 차례나 만나보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어찌나 준비된 자세를 가지고 있던지요.
일은 한 시간 여 만에 끝이 났지요.
큰 트럭의 이천 장은 큰해우소 뒤 곁으로 가
연탄집 사람들이 넣어주었습니다.
“축구 한 판하고...”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치는 두 사내 녀석들이 입으로 축구를 할 때
어른들은 모다 땀범벅이 되도록 뛰었습니다.
“일 하느라 힘든 게 아니라 노느라 힘든 거구나?”

점심을 먹고 은행을 텁니다.
강도(?)들입니다.
그것도 몇 안 되는 식구들만 잡고 있으면
얼마나 일인지요.
이래저래 다른 일에 밀려 꼭 추위가 닥쳐서야
살을 에는 동쪽 개울에서 씻고는 하였습니다.
김점곤아빠는 다람쥐처럼 나무를 어찌나 잘 타는지요.
우두둑 쏟아져 내린 것들을 아래에 있던 이들은 열심히 담았습니다.
한 편에선 난로를 설치하고
또 한 편에선 남아있던 창문을 비닐로 막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논에선 추수도 이어졌네요.
해가 골딱 넘어갑니다.

“우선 학생들은 보내고...”
그들을 먼저 저녁 멕여 보냅니다.
모 대학의 동아리연합에서 대대적으로 봉사를 가기로 했다 하기
예 와서 손을 보태라 하였는데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내용인즉 공연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저희도 준비한 게 있어서...”
그런데 돕는다는 건 그곳에 필요한 것을 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어디 내가 중심이어서야 되겠는지요.
참사랑봉사단이 돋보이는 또 한 까닭입니다.
안미정님, 황선태님, 정주연님, 홍석연님, 김장욱님,
그들의 이름자입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올 겨울 그대들로 아이들이 한결 따숩겠습니다.

해거름에 방문객이 있었습니다.
아이 셋이 같이 왔지요.
예년에는 학교 안내하는 날이 시월 셋째 주 해날,
그러니까 오늘인 거니까요.
학교설명회 없이 개별전형 하겠다는 안내를
아직 읽지 못했나 봅니다.
큰 아이를 보내고 싶다 하였습니다.
학교가 왜 2010년까지 최소한의 규모로 가려고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가려는지를 전합니다.
차차 시간을 가져보자 하였지요.
“손이 잘 가지 않아, 아니 갈 손이 없어
정리가 좀 안되긴 했습니다만...”
정말 생각이 있다면 어떤 걸 준비해야할 지
홈페이지를 보며 좀 더 연구하라 덧붙였습니다.
입학이든 아니든 좋은 이웃이야 못될 게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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