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7.흙날. 맑음 / 작은 잔치

조회 수 1350 추천 수 0 2007.11.06 05:31:00

2007.10.27.흙날. 맑음 / 작은 잔치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엊저녁에도 류옥하다는 이장님댁에 건너가 마을 방송을 하였습니다.
이른 아침에도 다녀왔지요.
“...그동안 학교의 큰 그늘이 되어주신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기락샘이 돌아왔다고 어르신들께 한 잔 술을 내는 날입니다.
“류기락(34) 박사학위 받다
서울대, 연세대, 중앙대에서 강의!”
며칠 전부터 류옥하다 선수가 기락샘의 귀국 무렵처럼
또 학교 곳곳에 써 붙여 놓은 문구였지요.

“심야보일러라서...”
노인회회장 신씨할아버지가 바삐 건너오셨지요.
경로당보일러는 심야전기로 해서
간밤부터 켜놨어야 하는데 지금 돌리더라도 추울 거라며
어쩌냐 걱정이셨습니다.
“학교로 오셔요.”
이리 되면 술만 내겠다던 상이 밥상도 되어야합니다.
“뭔 떡을 이리 많이 해야...”
“윤상언 어르신댁이랑 못 움직이는 분들한테 떡도 돌리고...”
떡시루가 둘이나 들어왔고
막걸리와 소주가 실려 왔으며
읍내에서 편육이 들어왔고
오징어전을 부쳐내고 된장을 끓여내고...
가마솥방 의자가 모자라
식구들은 피아노 있는 무대 자리에 걸터앉았습니다.
“거의 다들 오셨네...”
멀리 가서 공부 끝내고 돌아온 이웃을 위해
마을 어르신들이 더없이 기뻐해주셨습니다.
조병우할아버지, 윤상언할아버지, 신동훈할아버지는
늦도록 신이 나셨댔지요.
이렇게 또 어르신들 얼굴 한 번 뵈었습니다.
추수로 들에 나가 있어
통 얼굴 보기 서로 어렵던 가을이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찾아온 이들이 있어, 들에서 너무 늦게 돌아와,
혹은 몸져누워 오지 못한 분들께,
그리고 노인들과 함께 하긴 머쓱한 젊은(?) 댁들엔
일일이 작은 상을 차려 돌렸답니다.


오후, 손님이 들었더랬습니다.
부산에서 온, 사진 찍는 교사모임 식구들이었지요.
“아직 밥을 못 먹어서...”
하던 잔치 준비를 밀쳐놓고
급히 국밥을 끓여냈습니다.
그런데 몸이 열이어도 모자라겠는 움직임에도
밥 먹은 그들이 빈그릇만 올려놓고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좀 아쉽다 했지요.
헌데 유기농산물을 사가던 이네들이
밥값을 더해 내놓는 것이었습니다.
찬도 없이 그저 때에 찾아든 사람 밥 한 끼 냈을 뿐인데...
그랬던 겝니다,
그들은 산골에서 정겨운 밥 한 술 걸친 게 아니라
‘사먹었’던 겁니다.
바쁜 중에 밥을 청해 먹고는
가난한 학교에 마음을 보태준 거라 읽을 수도 있겠지만
영 마음이 불편하데요.
“돈보다 고마운 마음이 더 좋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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