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 4.해날. 맑은 날

조회 수 1240 추천 수 0 2007.11.13 10:37:00

2007.11. 4.해날. 맑은 날


윤상언 어르신 댁에 건너갑니다.
오랜 병상에 효부 없다 했지요.
풍으로 할머니 오랫동안 누워계십니다.
가끔이어도 국도 끓여 들여다도 보고 하였는데
올해는 많이 게을렀습니다.
얼마나 깔끔한 할아버지신지
늘 집은 깨끗하고 부엌은 가지런합니다.
“에이, 아니라...”
나날이 자라는 류옥하다 보고
언제나 그때 그 아이, 교장샘 아이가 아니랍니다.
아들이라는 것도 꼭 부정하시지요.
“에이, 어디?”
땋아 내린 긴 머리 때문에 말입니다.
하다는 팔을 주물러 드리고
할아버지랑은 술을 한 잔 하고 나옵니다.
“반잔만 해.”
소주 반병을 대접에 따라 주며 건네는 그 술 말입니다.

주말이어도 몇 주를 거르기 일쑤입니다.
장독대를 돌아보는 일은
꼭 다른 일에 밀리고는 하였지요.
오늘 그예 뚜껑도 좀 열고
단지도 닦습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예, 고방에 그득 찬 금은보화가 따로 없지요.
간장이며 된장이며 효소며 술이며 식초며 장아찌며...

새끼일꾼들 몇이 들리겠다 연락왔더랬는데,
시험에 발이 묶였나 봅니다.
아니, 사실은 부모님들한테 잡혔다는 말이 옳겠습니다, 하하.
“시험 끝내놓고 꼭 갈게요.”
마음이 먼저 예 올 녀석들입니다.
물꼬의 자랑이고 긍지이며 영광인 아이들,
해준 것도 없건만
언제나 물꼬를 통해 자신들이 올곧게 자랐다고 믿는 아이들,
그리고 이곳에서 저들이 받은 것을 나눠주는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 벅찬 존재들이지요.
삶아주고 튀겨주려고도 꺼내논 고구마를
덕분에 식구들이 참으로 잘 먹었네요.

집 지으러 나가있는 종대샘이 들러
가마솥방과 책방의 난로 연통을 밖으로 뽑아냈고,
물고기를 잃어 소리가 죽었던 처마 풍경을
다시 살려주었습니다.
돌아온 봄 같습니다.

김치도 담습니다.
어제 종훈네서 온 배추와
신씨할아버지네서 온 무이지요.
김장 전까지 잘 먹겠습니다.
농사 다 못 지어도 이런저런 손들로
내 배추가 내 무가 되는 이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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