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 6.불날. 가라앉은 하늘

조회 수 1300 추천 수 0 2007.11.19 07:25:00

2007.11. 6.불날. 가라앉은 하늘


아이들은 요새 셈놀이에서
길이와 시간을 익히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또 달골행이었네요.
마지막이겠니 했는데
아직도 매달린 감에 미련이 남아
장대들고 나선 걸음들이었습니다.
“여기, 여기!”
온 마을이 들썩 들썩하였습니다.
“동아줄로요, 지렛대원리를 이용해서...”
감을 내리는데 갖가지 방법이 쓰입니다.
하늘두레박이 만들어졌지요.
선녀들을 실어 오르내리던 그 두레박에
감이 담겼다 비워졌다 하며 오갑니다.
아이들은 마주 앉아 꼭지 쪽 가지를 분질렀지요.
하다 보니 늡니다.
뭐가 필요한지 알게 되지요.
곶감을 매달며
어떤 모양으로 꼭지가 남아야는지를 가늠했던 겁니다.
‘감을 많이 운반했는데 그래도 감이 적었다.’
‘어깨가 너무 아팠다.’
짧은 겨울해가 지고
아이들이 하루를 갈무리하며 그리 쓰고 있었습니다.


특강을 갔습니다.
영동대 초등특수교육과 3학년 수업이었지요.
50여 명쯤 되었을라나요.
얘기가 길어질 듯하여
아예 담담교수님 자리에 앉으십사 하고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선생님이 있지요.”
그렇게 우스개로 입을 열었습니다.
“첫째, 대안교육을 아는 선생님,
둘째, 대안교육을 모르는 선생님,
그리고 아무 생각이 없는 선생님!”
교사가 뭘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물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몇은 계절학교에 관심을 보였지요.
올해 영동대하고 맺은 인연들이
큰 손발이 되었더이다.
겨울 계자까지도 보탬이 된다면 고맙기 그지없다마다요


전교육장님과 읍내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현장을 떠나고도 여전히 지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계시지요.
의논도 드리고 조언도 얻습니다.
“법관은 맨날 범죄자만 보지,
의사는 허구 헌 날 찌그러진 얼굴만 보잖아,
장사꾼은 저 사람한테서 얼마를 더 벌까 궁리하고...
그런데 교사는 아이들한테 사랑을 주는 게 직업이잖아.”
하니 얼마나 좋은 일이겠냐셨습니다.
그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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