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2.해날. 눈비 / 공동체식구나들이

조회 수 1937 추천 수 0 2007.12.17 11:57:00

2007.12. 2.해날. 눈비 / 공동체식구나들이


낙엽방학 끝자락에 공동체식구들 나들이가 있었습니다.
포항행.
재작년 겨울
온 식구들이 포항에 갔던 기억이 좋았던 젊은할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주장하신 곳이었지요.
이른 아침에 길을 떠나 죽도시장으로 갔습니다.
세상의 모든 바닷것들이 있고
사람도 그만 바닷것이 되는 곳.
그때 그 집 이층으로 찾아들어
한 해쯤은 생각도 아니 날만큼 회를 먹었지요.
곁에 단체로 해를 보내러 왔던 손님들의 흥에 덩달아
술잔들을 높이도 들었더랍니다.
나오던 걸음엔 건어물도 좀 샀지요.
젊은 할아버지가 찐 게도 한 상자 사주셨습니다.

세 시.
포항 스틸러스의 전용구장인 스틸야드에 있었습니다.
예 사는 품앗이일꾼 종범샘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FA컵.
이거 아니라면 우리의 걸음이 서해안으로 갔을 법도 합니다.
광팬에 가까운 축구사랑들이지요.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축구협회에 등록된 모든 팀이
토너먼트방식으로 겨루어 국내 최강축구팀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올해의 마지막 경기인 셈인가요.
포항 스틸러스와 전남 드래곤즈의 결승 2차전이지요.
컵을 안는 팀은 K리그 우승팀과 함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는 자격을 얻는답니다.
꽉 끼었던 먹구름이 그예 빗방울을 뿌리는데
자리를 그득 메운 관중석의 열기는 날씨 따위 아랑곳없었지요.
“이런 데 와선 또 이런 곳에서 하는 것들을 다 해보는 거지.”
컵라면을 먹으려고 긴 줄을 따라 서고
쥐치포를 굽는 줄지 않는 줄에도 좇아 서보고
목이 터져라 소리도 지르고...
누가 이겼냐구요?
안 가르쳐주지요.
아님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이 같게요...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와 보경사로 달려갔습니다.
종범샘네(류옥하다의 큰아버지댁이기도 한)에서 하는 식당이
거기 있지요.
얼마나 푸지게들 먹었던지요.
비 뿌리는 밤길을 걱정하여 바삐 일어서는데,
손만큼 마음도 큰 하다 맏어머니는
손수 만든 두부 한 다라이(붉은 고무대야 말입니다)를 실어주셨고
문어며 갈치며 산골에서 귀한 것들을 죄 싸주셨습니다.
대해리엔 눈이 퍼붓는다는 전갈이 있었지요.

기락샘, 상범샘, 젊은할아버지, 류옥하다, ...
(전주에 다니러 간 종대샘이 같이 못했네요)
퍽이나 오랜만에 한 식구나들이였습니다.
크게 탈나지 않고 공동체식구들이 한 해를 또 잘 살았습니다.
사는 일이 참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34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121
6533 자유학교 물꼬 2004학년도 입학 절차 2차 과정 - 가족 들살이 신상범 2004-02-10 2121
6532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121
6531 3월 18일, 황간분재 김태섭 사장님 옥영경 2004-03-24 2118
6530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117
6529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115
6528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113
6527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107
6526 125 계자 닫는 날, 2008. 8. 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8-10 2105
6525 6월 2일 나무날 여우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5-06-04 2104
6524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104
6523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104
6522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96
6521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096
6520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94
6519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088
6518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084
6517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084
6516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074
6515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7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