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4.불날. 눈
“저녁은 어디에서 오는가?”
누군가 물었습니다.
“노을을 보고 선 너로부터...”
그가 대답했습니다.
“이 산골 저녁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그리 묻는다면 이리 대답하겠습니다.
“눈 털고 산 너머로 달아난 바람 꼬랑지로부터...”
오늘 하루도 애쓰셨습니다!
누구에겐들 고단치 않았을 라나요.
또 하루가 갑니다.
오후에 아이들은 연탄아궁이 바람구멍을 만들었습니다.
사택 고추장집 난로구멍이 셋인데,
죄 망가졌지요.
종이를 구겨 쑤셔놓아도 불구멍 조절이야 되지만
아무렴 제 짝만 할까요.
치수를 재고 종이상자를 오리고...
미술시간이 되었더랍니다.
긴긴 산골의 겨울밤은
묵상하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요.
한 아이의 성장사가 담긴 사진집을 들추는데
문득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이 생각켰습니다.
“시간은 신성하다. 왜냐하면 매 순간순간이 메시아가 들어가는 좁디좁은 문일 수도 있으니까.”
볼프강 베르크만은 <아이 사랑도 기술이다>(지향/2007)에서
이리 이어 쓰고 있었지요.
“아이의 체험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 순간순간 아이의 삶은 각인되고,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미래에 끼칠 그 영향은 너무도 중요해서 어느 누구도 평가내릴 수 없다. 시간은 귀중하고, 정말로 신성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과 다음 순간, 모든 순간은 중요하다. 모든 순간은 과거이고 미래이며, 모든 순간은 과거와 미래를 비추는 참된 현재이다. 그렇게 산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알맞은 삶이다. 우리는 그것을 배워야 한다.”
그래요,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