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4.불날. 눈

조회 수 1473 추천 수 0 2007.12.27 00:16:00

2007.12. 4.불날. 눈


“저녁은 어디에서 오는가?”
누군가 물었습니다.
“노을을 보고 선 너로부터...”
그가 대답했습니다.
“이 산골 저녁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그리 묻는다면 이리 대답하겠습니다.
“눈 털고 산 너머로 달아난 바람 꼬랑지로부터...”
오늘 하루도 애쓰셨습니다!
누구에겐들 고단치 않았을 라나요.
또 하루가 갑니다.

오후에 아이들은 연탄아궁이 바람구멍을 만들었습니다.
사택 고추장집 난로구멍이 셋인데,
죄 망가졌지요.
종이를 구겨 쑤셔놓아도 불구멍 조절이야 되지만
아무렴 제 짝만 할까요.
치수를 재고 종이상자를 오리고...
미술시간이 되었더랍니다.

긴긴 산골의 겨울밤은
묵상하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요.
한 아이의 성장사가 담긴 사진집을 들추는데
문득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말이 생각켰습니다.
“시간은 신성하다. 왜냐하면 매 순간순간이 메시아가 들어가는 좁디좁은 문일 수도 있으니까.”
볼프강 베르크만은 <아이 사랑도 기술이다>(지향/2007)에서
이리 이어 쓰고 있었지요.

“아이의 체험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 순간순간 아이의 삶은 각인되고,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미래에 끼칠 그 영향은 너무도 중요해서 어느 누구도 평가내릴 수 없다. 시간은 귀중하고, 정말로 신성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과 다음 순간, 모든 순간은 중요하다. 모든 순간은 과거이고 미래이며, 모든 순간은 과거와 미래를 비추는 참된 현재이다. 그렇게 산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알맞은 삶이다. 우리는 그것을 배워야 한다.”

그래요, 그래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378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334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329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292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327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285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302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301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292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00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292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284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279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287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297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289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290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285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268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28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