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7.쇠날. 대설에 내리는 눈

조회 수 1396 추천 수 0 2007.12.27 00:18:00

2007.12. 7.쇠날. 대설에 내리는 눈


다시 눈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폴폴거리기 시작하더니
함박눈입니다.
천지로 내리는 눈 속을
아이들도 눈처럼 날렸습니다.
큰 마당을 휘젓고, 동네를 돌고, 논바닥도 갔다가,
그러다 보건소도 기웃거리더니
몸무게도 재고 키도 재고 왔네요.

운동장 한켠에는 그간 샘들이 열심히 해내린
나무더미가 컸더랬습니다.
짬짬이 나무를 자르고, 더러 장작을 패기도 했지요.
틈틈이 곳감집으로 그걸 나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또 영화 한 편 보았지요.
<엄마>(감독 구성주, 2005)
칠순 노모가 산을 넘어 아들 결혼식에 참여하는
다큐멘터리가 모티브가 되었다던가요.
나이 마흔에 찾아온 어지럼증으로
28년간 동네 밖을 나가 본적 없는 어머니가 막내딸 결혼식에 가기 위해
해남에서 목포까지 3박 4일을 걷는 일종의 로드무비라 하면 될까요?
아들 딸 손주가 그 길에 돌아가면서 함께 하고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이라고 하면 너무 단순하려나...
어머니의 위대함에 너무 기대서
그만 그 위대함이 증명되지 못함으로 인해
맥 빠지고 지루해지지만
월출산 구름다리며 고창군의 고인돌 길과 순창의 석류길 같은
아름다운 남도가 담겼고,
생뚱맞은 현악연주단까지도 볼거리가 되기도 하는
예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막내딸에게 직접 전하려 했던
허리춤의 지갑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요...
한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걷고 또 걸어 소중한 선물 하나 전하는 이야기 만으로도
아이들과 같이 잘 본 영화 한 편이었답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았지요.
고래방이나 배움방이 아니라
간장집 좁은 방이 훈훈함을 더 자아내서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때로 보는 공간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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