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8.흙날. 맑음

조회 수 1348 추천 수 0 2007.12.27 00:19:00

2007.12. 8.흙날. 맑음


여러 사람들이 다녀가며
여러 얘기들을 실어 나릅니다.
주말이면 꼭 사람들이 찾아들지요.
상처 입은 한 여자 분이 와
차를 한 잔 나누며 오래 앉았다 돌아갔습니다.
사람과 헤어지기 어려운 사연을 들었지요.
어찌 쉽겠는지요.
하지만 남의 일은 또 내 일만큼 쓰린 마음은 아닌지라
덤덤히 들었고 그래서 덤덤히 말하게 되는 법이지요.
“너무 억울해요.”
그래요, 들인 공이 크면 클수록
그럴 수 있을 겝니다.
“남 좋은 일만 시킨 것 같애서...”
그러게요, 애쓴 보람도 없이
공을 들인 상대가 훌쩍 떠나면
그런 맘 안 들기가 어렵다마다요.
남의 일이라고 쉽게 말한다 느낄까 하여
그저 듣고, 주억거리고, 달인 차나 더해주었는데,
할 말이야 왜 없었을까요.
그래도 그냥 보냈습니다.
이곳 물꼬가, 대해리가 있어 고맙고 위로라니 다행입니다.
내가 안타까운들 그이만큼 하겠는지요.
누가 자신의 아픔을 대신해 준단 말인가요.
그니를 보내는 등 뒤에서야
비로소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그랑 함께 하는 동안 그대도 배운 게 많았을 것입니다.
노여워 마셔요, 그대여.
당신도 궁극적으로 좋은 세상을 바랄 것이고
잘 살고 싶고 올바르게 살고 싶은 것 아닌가요.
떠난 그가 또 다른 곳에서 자신을 잘 쓰고 산다면
세상에 대한 기여가 아니겠는지요.
그렇다면 아름다운 세상에 한 걸음 다가간 것 아니겠는가 말입니다.
좋았어도 나빴어도 고마운 일이겠습니다.
시간은 힘이 세지요.
다, 다 지나갈 것입니다.
정녕 주저앉지 마시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456 2020. 2.18.불날. 갬 옥영경 2020-03-18 495
1455 2020. 1.31.쇠날. 뿌연 옥영경 2020-03-04 495
1454 2019. 9.12.나무날. 비 내리다 흐린 채 옥영경 2019-10-27 495
1453 2020. 1. 5.해날. 맑음 / 계자 준비위 옥영경 2020-01-20 494
1452 10월 빈들모임 여는 날, 2019.10.26.흙날. 맑음 옥영경 2019-12-10 494
1451 2022. 1.25.불날. 가랑비 옥영경 2022-01-31 492
1450 2022. 1.22.흙날. 흐리다 한 방울 비 지난 저녁 / 페미니즘을 말하는 책 두 권 옥영경 2022-01-30 492
1449 2019. 7.28.해날. 비 추적이다 멎은 저녁답 옥영경 2019-08-22 492
1448 10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19.10.27.해날. 맑고 바람 많은 옥영경 2019-12-16 491
1447 2019. 8.23.쇠날. 맑음 / 우리는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가? 옥영경 2019-10-08 491
1446 2020. 3. 9.달날. 흐린 오후 밤비 옥영경 2020-04-12 490
1445 2019.10.25.쇠날. 구름 좀 옥영경 2019-12-10 490
1444 2019. 7.26.쇠날. 비 옥영경 2019-08-22 490
1443 2020. 1. 6.달날. 비 옥영경 2020-01-20 489
1442 2019. 9. 5.나무날. 소나기라 할 만치 / 가을학기 여는 날 옥영경 2019-10-16 489
1441 2019. 9.11.물날. 해, 선선한 바람 / 멧돼지! 옥영경 2019-10-26 488
1440 2021.11.19.쇠날. 맑음 옥영경 2021-12-23 487
1439 2020. 4. 7.불날. 맑음 옥영경 2020-06-01 487
1438 2019. 9.15.해날. 맑음 / 쭈꾸미 옥영경 2019-10-28 487
1437 2019 여름 청계 닫는 날, 2019. 7.21.해날. 비 옥영경 2019-08-17 48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