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4.쇠날. 맑음 /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

조회 수 1799 추천 수 0 2007.12.29 16:04:00

2007.12.14.쇠날. 맑음 /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


풍선꽃이 가마솥방 창문에 매달렸습니다.
“노오란 꽃잎에 빨간 술!”
“초록색에다가 노란 거!”
녀석들이 분 풍선을 다섯 개씩 엮었지요.
“와아, 예뿌다.”
풍선 하나로도 잔치 분위기가 납니다.
현관에도 풍선꽃을 피웠습니다.
젊은할아버지가 가마솥방 먼지를 털어주셨고
종대샘이 아이들 작품을 걸어주었지요.
바닥에는 ‘도형천막’을 깔았습니다.
파아란 천막에다가 색색가지 천막으로 도형을 오려 붙여
아이들이 통통 뛸 수 있도록 만든 놀잇감인데
행사 장식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생동감을 불어넣어주고 있었지요.

2007학년도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

1. 자유학교 노래 · 1
2. 마음을 여는 노래: ‘옹달샘’ ‘구슬비’ ‘노래하자’
3. 우리말글
4. 손말
5. 넘의 말
6. 함께 부르는 노래: ‘꽃밭에서’ ‘바람만이 아는 대답’ ‘등대지기’ ‘에헤라’
7. 버섯이랑
8. 스스로공부- 학술제
9. 자유학교 노래 · 2
10.갈무리


오후 세 시.
차례에 따라 아이들은
그들이 보낸 시간들을 보여주고 있었지요.
노래는 모인 모두가 함께 불렀습니다.
어찌나 다사롭던지요.

우리말글 시간 자신이 쓰기연습을 하던 장편을
우리들에게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옛날에 칼끝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 사형수 이야기며
자유를 찾아 떠난 개미들의 이야기였지요.
“넘의 말은 어떤 부분을 보여줄까?”
“샌드위치 만드는 과정을 보여줄까요?”
“동물원에 간 이야기는...”
“가을학기 때 배운 형용사들은 어때?”
“그런데 우리 준비할 게 너무 많은데...”
그래서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한 생각이...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
하여 둘은 사람들을 앉혀놓고 마법용어를 풀었지요.
따라 하느라고 아주 혼쭐이 났더랍니다.
진지한 시간들 가운데 잠깐의 농담 같아
아주 흥겨웠지요.
고깔모자랑 장갑도 쓰랬더니
진정한 마술사는 그런 거 안 한다데요.

손말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작은 대화 한 토막이 보여졌고,
한 학기 동안 공부했던 ‘버섯이랑’은
훌륭한 놀이판 하나와
버섯집을 세워보려던 꿈이 그림 한 장으로 남았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이 그토록 긴장하고,
또 어른들이 슬며시 기대도 해보는 학술제.
한 해 동안 자신이 스스로 연구해온 것을 펼쳐 보이는 시간이지요.
일 년이란 시간이 한 아이를 어떻게 성장시켰는가를
고스란히 들여다보게 해주며,
고작 일 년이란 시간이 한 편 얼마나 긴긴 시간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스스로 꾸리는 시간이야말로 얼마나 훌륭한 공부인가를
우리 어른들에게 알게 해주는 순간입니다.
올해도 우리는 변함없이
아이들, 그들이 얼마나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는가에,
그리고 어떤 주제에 스스로 다가가는 법을 발견한 아이들 앞에서
놀랬더라지요.

“아이들이 정말 건강하게 자라는 구나 생각했습니다. 특히 스스로공부는 참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싸우더라도 바로 화해 할 수밖에 없는 처지들(애들이 많지 않으니)가 오히려 좋은 작용을 한 것 같고...”
종대샘의 갈무리였지요.
젊은할아버지는, 잘들 지냈는데 내년에도 잘 해야겠다셨습니다.
상범샘이 이어갔지요.
“많고 적고 상관없이 서로 잘하고 시끄러우면서도 잘 지내고...
따로 발표하지 않았는데 셈놀이 시간도 많이 배우고...”
“잘 봤습니다. 준비하느라 애쓰셨습니다... 셈놀이 발표 안 해서 아쉬워요. 놀이처럼 좋아하고... 물꼬의 학술제는 보통 보여지기 위한 학예회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준비해서 많은 감동이... 잘 지내고 있는 거에 대해 평소에도 별 걱정을 안했지만 정말 잘 지내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박진숙 엄마였습니다.
김점곤 아빠도 더하셨지요.
“학술제 준비한 아이들, 애썼습니다. 아이들도 미흡했구나 그런 생각 보완해서 내년 학술제 알차고 내실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옥영경.
“혼자 살아도 한 살림이라고 애가 적으나 많으나 할 것 다하며 보냈습니다. 물꼬는 효율의 문제로 학교를 바라보는 게 아니니까. 아이가 하나 있어도 학교가 있어야지요... 저어기, 아이들이 오밀조밀 만들어놓은 아파트 속을 보셔요. 오늘 잠깐 우리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닐 것입니다. 아이들이 보낸, 한 해를 채운 무수한 시간들이 있겠지요. 노래를 어찌나 좋아하던지... 많이도 불렀고, 아침마다 동화를 같이 읽어나가고, 산오름도 하고... 아이들이 고맙고, 함께 한 어른들이 고맙고...”

뒷풀이가 있었지요.
같이 만두를 빚어 먹자던 시간이었는데,
약식 과일샐러드 잡채 감자샐러드를 종훈네서 준비해왔습니다.
이른 저녁 겸 잘 먹었지요.
역시 잔치는 먹을거리가 젤 큰 부분이다마다요.

산오름이며 낚시며 수영이며 단소며 풍물이며 판소리며...
고추밭에서 고구마밭에서 상추밭에서 논에서 포도밭 아래서...
우리들이 한 공부들, 우리들이 보낸 한 해,
하늘이 도왔고, 바람이 잘 다독여주었으며,
별빛이 잘 스며주었고, 달빛이 곱기도 하였더이다.
건강했던 아이들이며
모다 고맙습니다.
누구보다 박진숙엄마의 뒷바라지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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