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바리 실어주신 짐을 풀며
이 산골살림도 나눌 게 없을까 궁리해보았습니다.
효소며 식초며 차를 챙겨보지요.
물에 적절히 타서 얼음 띄워 드시면
여름날 그만한 음료가 없답니다.
- 앵두효소: 사월이면 파르르 떨듯 꽃잎을 내고,
오뉴월 볕 아래 앵두가 익습니다.
학교 마당과 뒤란에 있는 앵두를 류옥하다가 열심히 따서
효소를 담았더랬지요.
- 매실효소: 학교 마당 동쪽 언덕에 있는 매실 나무는
가파른 곳에 있어 오르기 싶잖은데
때가 되면 우수수 떨어져 내립니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얼른 주워 담아
이렇게 효소를 담습니다.
- 야채효소: 질경이며 냉이며 들에서 난 것들에다
밭에서 넘쳐나던 상추며 스물 댓가지로 담은 것이지요.
- 포도효소: 맛이 조금 옅습니다만 효소로서는 손색이 없습니다.
- 포도식초: 달골에서 몇 해째 유기농 포도를 내지요.
옛부터 술독 옆에는 식초항아리가 같이 있었습니다.
술이 짙어지면 식초로 변하지요.
그 식초를 음식으로도 쓰고
아침 음료로도 잘 쓰고 있답니다.
- 돼지감자(뚱단지)차: 간간히 해오던 일이나
본격적으로 올해부터는 들에 자라는 풀 먹기 연습을 합니다.
올 봄 캐낸 돼지감자를 부엌에서 잘 쓰고
말려 보리차 끓이듯 한 줌 넣어 큰 주전자에 끓여내니
다들 둥굴레차 아니냐 물었지요.
드리는 마음이 더 큽니다.
늘 고맙습니다.
봄날, 두루 기쁨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