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6.물날. 맑음

조회 수 1359 추천 수 0 2007.12.31 17:52:00

2007.12.26.물날. 맑음


이맘 때 망태를 들고 칡을 캐러 다니는 이들이 있지요.
산촌 풍경입니다.
이웃 철수아저씨에게도 한창 일입니다.
해마다 칡을 캐서 즙을 내지요.
뿌리고 거두는 것보다 돈 사는 게 낫다 합니다.
“조수도 있어.”
아마 귀농을 준비하는 이가 와서 머물며
손을 보태고 있나 보지요.
“점심은?”
“굶지.”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을 건넌 뒤
햇살이 누그러지면 내려와 저녁을 먹는다데요.
먹는 밥에 와서 한술 뜨라 했지요.
밥이 귀한 노총각이니까요.
점심을 잘 나누었습니다.
늘 공양 가운데 밥공양이 제일이다 싶습니다,
사실 이곳에서 달래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반 없지만.

‘꽃이 저를 흔드는 바람의 뜻을 모르듯
사람은 사람이 곁에 서 있는 뜻을 모르’지요.
‘흔들흔들 흔들리며 꽃이 살아있듯
부대끼는 슬픔으로 사람은 사는’ 거라며
‘사람이 사람과 사는 이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소곡”이란 시로 노래한 최명학이란 시인이 있었습니다.
사는 게 무엇이냐 많이도 물었던 그였는데
“칡의 노래”도 그런 시 한 편이었지요.
‘푸석푸석 마른 모래땅 무른 뿌리로
줄차게 뻗어 허이옇게 꽃도 피우는’ 칡이
‘강산의 꽃들도 죽은 한겨울
꽝꽝 얼은 민둥산을 아름 안고 잠자는 게 아니’랍니다.

시퍼렇게 눈을 뜨고
기다려라 봄이 오면
잎 잎도 푸르르이 덩치 큰
뫼 하나야
휘덮는 넌출넌출
- “칡의 노래” 가운데서

사는 게 무엇이더이까.
시퍼렇게 눈뜨고 겨울을 난 뒤
봄 오면 온 삶을 넌출넌출 휘덮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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