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계자 닫는 날, 2008. 1. 4.쇠날. 맑음


여느 닫는 날처럼 아침 해건지기를 하고
짐을 꾸려놓고 갈무리청소를 합니다.
내가 썼기 때문이라기보다
누군가 우리를 위해 준비해준 것처럼
우리도 다음에 쓸 누군가를 위해 하는 거지요.
아이들은 갈무리글을 쓰기 전
450여장의 사진에 담긴 지나간 엿새를 슬라이드로 보았지요.
간밤의 촛불잔치에서 보았어도 좋았겠으나
준비를 미쳐 못했더랍니다.
예쁜 음악에 실어놓으니
아이들 인물이 더 나데요.

마친보람을 나누고(수료식쯤 되겠지요)
점심을 먹은 아이들이 나갑니다.
이제 좀 이물어져서 여섯 살, 아니 그 사이 일곱 살이 된 우재가
빙긋이 웃으며 가고,
오빠들보다 더 개구진 표정으로 다니던 단아가 가고
샐쭉해있던 여름과 달리
좀 익었다고 시끄러워죽겠는 동하와 김현지가 가고,
조용하되 에너지 많은 쌍둥이 세인이와 세빈이가
안하는 듯하며 움직일 것 다 움직이다 가고,
빛나는(제도에 물들지 않은) 일곱 살을
열한 살에도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하수민 선수도 가고,
마음결이 고운 현진이,
밉지 않을 만치만 게으름을 피며 동생들 잘 거느리다 가는,
이곳을 제 식으로 잘 누리다 가는 수현이,
궂은일도 참 즐겁게 하는 걸 보여주고 가르쳐주던 민규,
한 집안의 장남노릇을 훌륭하게 보여준 한슬,
고등학교 때까지 샘들 건강하셨음 좋겠다고
새끼일꾼으로 오마 약속하는 이제 5학년 경준,
자매인 줄 마지막날에야 사람들이 알 만치
언니와 붙지 않고 제 할 것들을 잘 찾아다니던 자누,
저런 긍정을 어디서 키웠을까 싶은 해온,
시니컬한 일곱 살 슬찬,
느릿느릿하고 낮은 말투지만 단단하던 유,
설거지를 어른 몫만큼 하던 세현,
여기서도 맏딸이던 세원,
수현이랑 범순이랑 가족이었던 철순이언니,
이제 중학생 되니 열공하랬다며
예 걸음 못할까봐 자꾸만 아쉬운 재은,
한 번 와봤다고 비로소 형이랑 떨어져서 노는 용하,
새해 아침 맨 먼저 달려와 세배하고 손 내밀던 용범,
뭐라 해도 큰 형님이 틀림없는 성수,
여기 모든 것을 다 안아가는 듯한 승엽이와 채현 오뉘,
혼자 와서 마음이 쓰이더니
친구도 금새 사귀고 뜨개질에 여념 없던 유나,
웃는데 시간이 걸렸으나 생각보다 잘 스미던 온,
씩씩하되 좀은 부드러워지고 한편 더 용감해진 양현지,
말이 느리나 할 말 다 주섬주섬 섬기는 진석,
친구가 틀림없는 민상이와 정식
(밥상 앞에서 그들과 하는 수다는 또 하나의 재미였지요),
까무잡잡한 얼굴에 똘망거리는 눈이 발하는 빛처럼
야물게 지내던 재준,
재준이에 걸맞는 동생 재현,
얼굴에 뵌 짜증을 여기서 덜고 가는 상훈,
여전히 참하게 움직이던 영범이,
또래들과 유달리 잘 어울리던 유수민,
사람은 자고로 사귀어봐야 안다더니
나중에는 무척이나 시끄러져워졌던 윤준,
“집에서는 패요.”하고 오빠를 고자질 하던 현정,
자연스럽게 있는 이곳의 존재들처럼 거슬림이 없이 보내던 태오,
조막만한 얼굴로 소란하기는 커다란 하마였던 지인,
모두 모일 때 가끔 원성을 사고 혼이 나도 성격 좋던 현규,
집 떠나서는 오빠 노릇 잘하던(엄마한테 전화해준다 그랬는데) 상헌,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면서도 역시 다시 오마 확인해주고 가는 형식,
그리고 이 마을에 사는 두 아이, 하다와 종훈이가 같이 보냈지요.

고운 아이들도 더없이 예쁘고
그들에게서 나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음악인데,
샘들한테도 순간 순간 감탄하고 또 감탄했지요.
이토록 자신을 잘 쓰이게 내놓는 이들을
어디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이제야 좀 친해지고 이제 겨우 이름 다 외웠는데 헤어지네요. 다음에 봬요.”
민화샘입니다.
영환이형님은 인도에서 다음 겨울에 또 오겠다지요.
“이번 계자만 신청했는데, 쭉 있을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형길샘처럼 10년 넘게 계속 오겠습니다.”
든든한 희중샘입니다.
지난 한 해를 곁에서 보았는데
정말 형길샘처럼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어
물꼬가 자꾸 탐을 내는 그이지요.
선아형님은 집에 갈려니 우울해진다네요.
물론 여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라지요.
“물꼬는 시간이 짧아도 길어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엄마가 이제 공부하라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인사하고 오라고 했는데 옥샘께 인사 안했어요. 또 올 거라서. 소희샘처럼 공부해서 또 오겠습니다. (* 소희샘은 무슨 대학 간다 했고, 갔습니다. 그리고 엄마한테 소리 안 듣고 이제 당당하게(?) 오고 있지요.) 아이들과 더 있고 싶은데 너무 아쉬워요. 애들도 온다고 하고, 여름에도 또 올게요. 때마다 와야겠어요. 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 성큼 성장한 듯 보이는,
고 1이 되는 지윤이형님은 마냥 아쉽습니다.
형길샘은 물꼬에게 공동체식구에 다름 아니지요.
“아이들도 순하고 샘들도 잘 움직여줘서 너무 고맙습니다. 그때 그때 품앗이, 새끼일꾼에 따라서 분위기 달라지기도 하는데... 물꼬가 삶의 중심이 된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학교 12년을 다녀도 다시 찾아가지 않는데, 물꼬를 다시 찾아가고 하는 것은 물꼬가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 아닐까요....
산너머, 자칫하면 많이 다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긴장감을 안고, 계자를 진행하는 것도 긴장과 마음의 평화 사이의 수위 조절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어날 때는 벌떡 일어나지요. 건강하게 살아 돌아와서 좋습니다.”
그리고 종대샘.
“물꼬랑 관계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품앗이들과 달리)밀도 있게 여기 오래 있었는데 ... 아이들에게 어른이란 많은 의미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꼬를 바라보는 것이 어른들에게도 좋은 곳이구나... 내가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데, 희중샘처럼 풍덩 빠져서 놀지 못하고...”
형길샘도 종대샘도,
샘들이 아이들이랑 잘 지내주니 다른 일들을 챙겨 할 수가 있었다고,
영동역 앞의 찾집에서 샘들 마지막 갈무리 모임을 하며
다시 고맙다 전했다데요.

다음은 아이들이 남긴 글입니다.
특별한 차례를 따르지는 않았습니다.
맞춤법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싣습니다.
의미가 전달되기 어려울 땐 괄호 안에 주를 넣었습니다.
문단나누기와 띄어쓰기는 전달을 잘하기 위해 더러 손을 대기도 했네요.
아이들 글에서 말줄임표는 “......” 로,
편집자가 글에서 생략한 부분은 “...” 로,
그리고 편집자주는 괄호 안에 별표(*)로 표시하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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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양현지: 나는 열린교실 때(달날과 불날 때) 한코두코를 했다. 맨 처음에는 내가 제일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지인이 언니가 밤에도 계속해서 내가 뒤쳐졌다. 그러다가 짜다가 망쳐서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망친 것 보여주면 부끄러워서 하기 싫었다. 그런데 긴장이 되서 오줌이 매려왔다. 그래서 화장실에 갔다왔더니 발표하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내가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났나” 싶었다. 원지 좀 어색했다. 나는 그 뜨개질을 보면 자꾸 화가나서 다 풀어버렸다. 그러니 한결 괜찮아진 것 같다. 그래도 꾀 재미있었다. 유나언니와 유가 이틀 동안 코밖에 못짰기 때문이다. 참 즐거웠다.
(*뜨개질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아래에 이리 쓰다.
※주의: 코를 만들고 합니다.
※알림: 계속 똑같이 합니다.)

5년 범순: ...물꼬에서 제일 좋은 것은 보글보글이고, 반대로 제일 싫은 것은 산너머이다. 하지만 산너머는 운동이 잘 된다.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보글보글할 때 만두와 맛탕(고구마)를(을) 만들었다. 그런데 나는 만두보다 맛탕이 더 맛있었다. 왜냐하면 만두는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연극놀이를 했는데 나는 심청이 역할을 했다. 심청이 역할을 했는데 내가 입은 옷이 너무 웃겨서(*빠알간 원피스) 아이들이 많이 웃었다. 하지만 난 그 일을 잊어버렸다. 난 물꼬가 좋은 점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년 동하: 처음엔 어색했지만 와봤더니 재밌고 집에 안가고 싶었다. 산너머가 재일 춥고 힘들었지만 꾹 참고 간 게 자랑스럽고 물꼬에서 집으로 가서 아쉽다.
나는 열린교실이 재일 재밌었다. 그래서 뚝딱뚝딱을 했다. 춥고 힘들었지만 우리는 돗(*돛)을 만들어 멋있었다.(*돛에 그린 해적단 그림)

4년 현규: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점점 적응해갔고, 말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도 한국어여서 꽤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여기 말이 재밌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때건지기의 뜻은 밥먹기란 뜻이다. 첫날 숙소가 번갈아지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곳감집 빼고 다른 집은 다 작아서 다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다른 집에 가는 방법은 바로 캠프 하루 전날에 오는 것! 그러고 싶지만 불가능이다. 요가도 중심을 잡기가 힘들었지만 점점 나아졌다. 그런데 다 재미있었는데...... 딱 한 가진가 싫었다. 바로~산너머! 산너머가 아니라 지옥너머이다. 힘들어 죽을 뻔했는데 없애 주시면 좋겠다. 이제 오늘 집으로 간다. 그런데 다시는 산너머가 있으면 이 캠프에 되도록 오지 않을 것이다.

일곱 살 슬찬: 물꼬에서.....(* 나무들 사이 사이로 ‘산너머’ 가는 그림)

2년 형식: 눈 다 치우고 들불하려 갔다.
나는 뛰어가서 눈 덩어리를 만들었다. 왜냐면 눈사람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난 고구마가 싫다. 왜냐면 썩은 고구마를 ズ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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