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5.쇠날. 맑음

조회 수 1255 추천 수 0 2008.02.22 12:45:00

2008. 1.25.쇠날. 맑음


“저희가 과수농원을 하고 있답니다.
물꼬선생님들께 감사드리는 맘으로
저희가 농사지은 배를 보내드립니다.
맛나게 드시고 건강하세요...”
올 겨울 계자를 다녀간 채민네서
커다란 배 한 상자가 닿았습니다.
일정이 다 끝난 뒤에도 마음을 써주시는 분들이 이리 계십니다.
고마울 일이지요.
채민이 동생이도 채민이만큼 귀엽던데,
멀지 않은 곳에 사는 그들이
훈풍 불때 다녀가면 좋겠습니다.

작은해우소 청소를 합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청소를 않은 게 아닌데
냄새가 여간 심하지가 않습니다.
변기 안쪽을 통째 빡빡 밀지요.
다른 이들이 오랫동안 해왔던 일입니다.
재작년 ‘학교 문 연 날’ 잔치를 준비하던 무렵이었지 싶어요.
논두렁 홍사숙샘 오셔서 머물던 그 때,
당신은 다른 일에 대해 잘 모르니
큰 해우소 치우는 일을 맡겠다셨습니다.
손이 되는 누군가가 하는 일이고
예서 늘상 하는 일이기도 하니 뭐 그리 별스럴 것도 없다 지나갔는데,
그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던 한 학부모의 입을 통해
한동안 사람들에게 다시 떠올려지고는 하였지요.
참 소박하고 겸손하신 당신은
그저 한 퇴임교사로서만이 아닌
삶을 앞서서 살아가는 이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십니다.
아, 요즘 어찌 지내고 계실지요...
스승이 없는 시대라니요.
곳곳이 다 우리 삶의 길눈을 밝혀주는 거룩한 존재들도 가득한데
우리가 못 배우고 사는 게 아닐지...
어디 길이 없을까요,
숲 너머로 이어져 있는 길을 다만 예서 뵈지 않는다고
우리가 뚜벅뚜벅 걸어가지 못 하고 있는 게 아닐지요.

단순한 활동은 사유를 부르기도 하지요.
변기를 문지르며 생각 한 줄에 젖습니다.
한 개인의 삶은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지요.
“불행이나 행복이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모호하더냐.”
문학모임에서
장편소설 하나를 다루며 불거졌던 얘기 하나가 이러했더랍니다.
땀 흘리고 일을 하다가 시장해진 사람이 우거짓국에 밥 한술 말아먹는 순간
혀끝에 느껴지는 것은 바로 황홀한 행복감이다,
그 소설의 한 구절이었지요.
한편 산해진미를 눈앞에 두고도 입맛이 없는 사람은
혀끝에 느껴지는 황홀감을 체험할 수 없는 게지요.
결국 행복하냐 불행하냐는 ‘객관적 척도’란 것은 그 소설의 말대로
대부분 하잘것없는 우거짓국과 맛좋은 고기반찬과의 비교에서 이루어지며
남에게 보여지는 것, 보일 수 있는 것이 대부분 객관의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사실 보여주고 보여지는 것은 엄격히 따져보면
삶의 낭비이며 진실과 별반 관계가 없는 거란 말입니다.
“삶의 진실은 전시되고 정체하는 것이 아니며 가는 것이요 움직이는 것이요 그리하여 유형무형의 질량으로 충족되며 남는 것이다.”
그 문학서는 귀퉁이에 이리 쓰고 있었더랬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514 2008. 3. 5.물날. 맑음 옥영경 2008-03-23 1247
1513 2008. 3. 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3-23 1247
1512 2008.11.29.흙날. 눈 펑펑 / 김장 이틀째 옥영경 2008-12-21 1247
1511 2011. 7. 3.해날. 비 옥영경 2011-07-11 1247
1510 2월 10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5-02-16 1248
1509 3월 15일 불날 흐리다 오후 한 때 비 옥영경 2005-03-17 1248
1508 2008. 6. 6. 쇠날. 흐림 옥영경 2008-06-23 1248
1507 2008.10.18.흙날. 맑음 옥영경 2008-10-28 1248
1506 2008.10.26.해날. 맑음 옥영경 2008-11-04 1248
1505 2011. 6.19.해날. 맑음 / 보식 7일째 옥영경 2011-07-02 1248
1504 2011.12. 6.불날. 싸락눈 내린 아침 옥영경 2011-12-20 1248
1503 2007. 8. 4. 흙날. 맑음 / 120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8-16 1249
1502 2007. 8.27.달날. 비 옥영경 2007-09-21 1249
1501 2009. 4. 4.흙날. 바람 몹시 불고 천지 황사 옥영경 2009-04-14 1249
1500 145 계자 나흗날, 2011. 8. 3.물날. 맑음 옥영경 2011-08-15 1249
1499 2011.10. 9.해날. 스모그? 옥영경 2011-10-18 1249
1498 2016. 9.25.해날. 맑다고 하기가... / 버섯 산행 옥영경 2016-10-08 1249
1497 2월 6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5-02-11 1250
1496 9월 12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9-24 1250
1495 2007. 9.17.달날. 갠 하늘이 다시 차차 흐림 옥영경 2007-10-01 12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