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 6.물날. 맑음
낼이 설인데 마을이 조용합니다.
갈수록 설에 빠져나가는 어른들이 많습니다.
역귀성이라고들 하데요.
또, 예년에는 자식들이 며칠씩 오고는 하였는데,
요샌 당일 이른 아침에 와서
차례만 지낸 뒤 곧 나가고 그러네요.
다행히도 또 이렇게 산골을 고향삼아
설을 쇠는 물꼬식구들도 있답니다.
난리가 난다는 소문을 듣고 보리떡 서 말 치를 먹었는데
(보리 서 말을 주기로 하고 먹는 음식, 술, 떡)
난다는 난리는 나지 않고 혼자 독난리를 만났다는 말이 있지요.
난리 중이라 해서
다 산 것처럼 하던 일을 놓아버려서야 되겠는지요.
사람들을 만나면 사는 게 전쟁이다 전쟁이다 합니다.
설이라고 더러 안부를 물어오면서
바깥 삶은 늘 전장인데
너희는 게서 아이들이랑 참 좋겠구나 하지요.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살이 어디라고 다를까요.
어쨌든 하고픈 말은 이런 거였습니다.
난리통일지라도
내일 일을 어찌 알겠는지요.
손이 녹슬지 않게, 머리가 굳지 않게, 마음이 강팍해지지 않게,
늘 자신을 닦을 일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책도 좀 들여다볼라구요.
고요한 산골의 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