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10.해날. 맑음

조회 수 1117 추천 수 0 2008.03.05 10:42:00

2008. 2.10.해날. 맑음


“어, 어, ...”
패 놓은 장작이 거의 없는데다
어차피 사람 없어도 달골은 기본 온도가 유지되고 있어
갈 수 있으면 달골에 가 묵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턱고개가 난관이지요.
미끌해서 아주 혼이 났답니다.
꽝꽝 얼었더군요.
무섭던 걸요.
그 구석에다 차를 세웠습니다.

가마솥방이며 청소를 좀 합니다.
한동안 묵혔다고 당장 표 나는 살림들이지요.
저녁엔 달골도 한바탕 털어냅니다.
청소란 게 지냈던 시간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지만
역시 준비라는 뜻도 크다 싶데요.
살면서 거의 날마다, 혹은 자주 하는 일인데도
늘 어떤 의미가 되고 또 됩니다.
그래서 육십 평생, 칠십 평생이어도
삶이 신선한 게 아닐는지...

“선한 사람들이 모여 뭔가를 하는데
결과는 왜 나쁜가...”
“그러게. 대표적으로 공동체가 그렇잖어.”
“마찬가지지.”
“나름대로 뜻이 있어, 생각 있어
자신을 내려놓고 시작하는데 말야.”
“그게 사회학의 고전적 담론 아냐.”
기락샘은 참 많은 얘기를 놓고 며칠을 보낸 뒤
다시 서울로 돌아갔고,
소희샘과 선진샘을 비롯한 품앗이샘들의 안부 전화가 있었고,
그리고 태석샘의 혼례소식이 있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십여 년 만에 설 당일을 비운 대해리 학교에
이런, 바로 그 사이 태석샘이 덜러덩 들어왔더라지요.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제가 나가고 텅빈 학교로 그가 왔고
곧 상범샘이 들어왔던 겁니다.
으레 예서 명절을 쇠고 있는 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각시될 사람이랑 왔었더랍니다.
두루두루 인사를 하고 돌아왔더니 학교를 지키고 있던 젊은할아버지가
태석샘 놓고 간 청첩장을 전해주셨지요.
킬리만자로 산을 오르며 시작되었던 연이라 하였습니다.
간간이 소식 들었고,
언제 보자 하였더니
이렇게 혼례 소식으로 왔습니다.
"어째 다녀가는 날을 잡아도 그리 잡누?"
당장 전화하여 혼쭐(?)을 냈습니다요.


때: 2008. 2. 23. 토. 오후 2시 30분
곳: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길 건너 파라다이스웨딩홀 1층 다이아몬드홀


제 마음이 더 들떠 이렇게 동네방네 소식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태석샘 같은 귀한 이를 알아봐 준 그가 고맙고,
그냥 사는 일이 다 고맙습니다.
가만 앉았을 수가 없어
교무실로 달려와 컴퓨터를 켰지요.

다시 축하합니다.
그간 못 본 물꼬의 연들이 게서 만나도 좋지 않을 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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