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12.불날. 맑으나

조회 수 1260 추천 수 0 2008.03.07 17:06:00
2008. 2.12.불날. 맑으나


영하권입니다.
바람도 여간 세지 않습니다.
얼어붙은 천지는
마치 흐린 날이기라도 한 양 먹먹합니다.
이런 날은 꼭 ‘금관의 예수’가 떠오르지요.
기독교인이 아니었어도
금관이 아닌 가시면류관을 쓰고 맨발로 누추한 이들 곁에 했던 예수는
혁명을 꿈꾸던 그 시절의 모든 이들의 추앙이었습니다.
같은 제목의 김지하의 희곡 들머리에 나오던 시를
김민기가 곡을 붙였더랬지요.
우리는 얼어붙은(?) 거리에서
어깨 겯고 목이 터져라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과에 노래패 하나쯤은 다 있던 그 시절
과방에서가 아니어도
종로 뒷골목 막걸리집에서, 명동 앞골목 찻집에서
‘가투’란 게 끝나고 상승됐던 분위기가 가라앉고 나면
마지막은 웅얼거리듯 불렀더랍니다.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안되겠다 싶어 달골 달려가 온도 조절을 했지요.
창고동이 휑한 건물이다 보니
보일러가 얼지 않을까 늘 신경이 쓰입니다.
감기가 돌던 겨우내 까닥 없던 산골 아이도
날이 모지니 머리가 지끈거리나 봅니다.
오늘은 식구들이 모다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아랫목으로들 들어갔지요.

공동체식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는 안인경님이
다시 방문하셨습니다.
지낼 집도 둘러보고
서로 눈을 보고 물어야할 것들도 하나 하나 챙겼지요.
“말은 말이지요.”
그러게요,
말은 말이지요.
사는 일은 또 다른 것일 겝니다.
일단 같이 뒹굴어보자 하였지요.
간디의 말을 떠올리며 그를 보냈답니다.
“나는 내 집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이고 창문들이 닫히는 걸 원치 않는다. 나는 세상의 모든 문화가 내 집으로 최대한 자유로이 들어오길 바란다. 그러나 내가 쓸려 나가는 것은 거부한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078 4월 21일 상설학교 첫돌잔치에 모십니다 옥영경 2005-04-24 1249
5077 2011. 6.15.물날. 맑음 / 보식 3일째 옥영경 2011-07-02 1248
5076 2008. 7.13.해날. 맑음 옥영경 2008-07-27 1248
5075 2008. 5.31.흙날. 맑음 옥영경 2008-06-09 1248
5074 2008. 4.20.해날. 뿌연 하늘 옥영경 2008-05-11 1248
5073 2008. 2. 7.나무날. 맑음 / 설 옥영경 2008-02-24 1248
5072 2006.12.27.물날. 푹 내려간 기온 옥영경 2007-01-01 1248
5071 2012. 2.16.나무날. 다시 한파 옥영경 2012-02-24 1247
5070 2008.12.10.물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247
5069 2007.11.13.불날. 맑음 옥영경 2007-11-21 1247
5068 2007. 8.28.불날. 비 옥영경 2007-09-21 1247
5067 2007. 6. 1.쇠날. 맑음 옥영경 2007-06-15 1247
5066 2007. 5.16.물날. 비 옥영경 2007-05-31 1247
5065 2007. 4.27.쇠날. 맑음 옥영경 2007-05-14 1247
5064 2007. 4.15.해날. 맑음 옥영경 2007-04-24 1247
5063 2006. 9.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6-09-20 1247
5062 2006.2.15.물날. 비였다가 눈이었다가 옥영경 2006-02-16 1247
5061 105 계자 닷새째, 8월 5일 쇠날 참 맑은 날 옥영경 2005-08-13 1247
5060 2011. 5.18.물날. 맑음 옥영경 2011-05-30 1246
5059 132 계자 여는 날, 2009. 8. 2.해날. 한 때 먹구름 지나 옥영경 2009-08-07 124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