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15.쇠날. 맑음

조회 수 1201 추천 수 0 2008.03.07 17:08:00

2008. 2.15.쇠날. 맑음


식구들이 목욕탕 가는 날입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섰지요.
넓은 공간에 뚝뚝 떨어져서 일하다가
겨우 밥 때나 얼굴들을 보다 이렇게 한참을 차 타고 갈라치면
딱히 모임시간이 아니어도 제각각 사는 꼴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이랑도 다르지 않지요.
아무리 저 알아 자라서 어른이 된다(어른이 되려고 자라는 게 아니라)지만
어쩔 땐 참 무심한 에미다 싶기도 하답니다.

오늘은 막심 고리키 이야기가 나왔네요.
‘이리하여 나는 아홉 살 때, 혼자서 넓은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들고 있던 뚜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을 뒤적이다가
책 끄트머리에서 막심 고리키의 <유년 시대>의 도입부를 발견했고
그 글 맨 마지막 문장의 여운으로 시작된 대화였지요.
아이가 자라 어느새 같은 책을, 같은 작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최루탄 풀풀거리는 거리에서 누구라도 화염병을 던졌던 시절,
우리들의 그 시절에 고리키의 <어머니>는 필독서였지요.
<유년 시대><세상 속으로><나의 대학>으로 이어지던
자전소설 3부작은 꼭 문학서로서가 아니더라도
이 땅의 어두운 현실을 살던 젊은이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주기도 하였더이다.
목수 아버지를 네 살 때 잃고
어머니를 아홉 살에 잃었지요.
구둣방에서 빵집에서 건축현장에서 기선에서 접시를 닦았던 고리키는
유랑극단에서 말단 배우이기도 했다가
스물세 살에 작가의 길을 걸었다 했습니다.
“카프카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훈훈한 인정이 나를 부랑자에서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요, 아마도 그의 말을 통해서
자연과 인정이 존재를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가를 알아챘던 듯합니다.

그래요, 파벨이었어요,
<어머니>에 등장했던 세계 문학사에 최초로 등장한 프롤레타리아 영웅!
한 평범한 노동자가
어떻게 노동자 계급의 강인한 전사로 단련되어 가는가를
그의 강인한 의지, 명확한 투쟁목표, 낙관적인 정신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지요.
파벨이 법정에서의 한 연설은
무장되고 성숙해진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에 대해 가슴 일렁이게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그의 어머니,
젊은 노동자인 아들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가던 그는
비록 혁명의 기운이 좌절로 흐르고 있었을 지라도
궁극적으로 혁명의 승리를 확신했지요.
그래서 레닌이 그리 말했을 겝니다.
"책이란 꼭 필요한 것이다. 과거에 많은 노동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혁명운동에 관여해왔다면, 지금의 노동자들은 <어머니>를 매우 유용하게 읽고 있다... 고리키의 <어머니>는 노동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혁명운동에 가담하고 있는 이때, 진정 시의적절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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