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16.흙날. 맑음

조회 수 1113 추천 수 0 2008.03.07 17:09:00

2008. 2.16.흙날. 맑음


마을 어르신들이 가끔 나들이를 오시지요.
“술 한 잔 줘.”
2월이면 물꼬도 한 해 가운데 젤 한가한 때여서
어쩔 땐 경로당에 나가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도란거리다 들어오던 날도 있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밀려난 일이 많아 여직 허부적거리고 있네요.
오늘은 이재영할아버지랑 윤상언할아버지가 건너오셨습니다.
마을 소식들도 그 편에 듣지요.
요샌 아예 도시로 나가
겨울을 나고 들어오는 어른들이 많다 합니다.
“그래서 이모님네도 안보였구나...”
처음 이 산골에 들어오던 96년 가을,
그 때 뵈었던 얼굴들 가운데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닌 경우도 꽤나 되지요.
세월이 이리 흐르고 있습니다요...

예년과 다른 2월이라 하나
그래도 2월은 여전히 마음이 한갓집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시간들도 더 많이 되짚어지지요.
우리 사는 회계연도가 3월로 시작해서 2월에 끝나기 때문이기도 할 겝니다.
얼마 전 한 어르신으로부터
당신 안에 스며 사는 폭력성에 대한 고백을 듣고부터
저 역시 같은 생각을 내내 하고 있지요,
특히 두어 해 전의 한 갈등 과정에서 드러난 제 폭력적 성향에 대해.
타인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폭력적 대응을 구상하는 나 자신과 싸우는 것이 가장 힘듭디다.
그 신부님 말씀대로
‘말없이 비난과 욕설과 폭력을 참고 견디는 것보다
똑 같은 방법으로 복수하고자 하는 열망과 싸우는 것‘이
훨씬 훨씬 더 고통스럽더란 말입니다.
정말 몸져눕고 이기에 희생되었다고 앓는 소리에 죽는 소리를 더하고...
평화도 훈련이 필요한 일이겠습니다.
그래서 수행하고 또 수행하는 것이겠습니다.

상담 전화(입학문의는 여전하답니다)를 한 통 받는 가운데
강수돌선생의 ‘나부터 교육혁명’에 대한 얘기가 나왔네요.
‘한국교육문제의 원인은 자본주의 경쟁시스템과 돈벌이 패러다임이다.’
당신 주장에 누군들 동의가 어려울까요.
자본주의 경쟁시스템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기득권이 되려 노력하게 되고
나아가 자본주의 사회가 그것을 조장하니
개인은 마치 스스로 원했던 것처럼 그것을 내면화하게 된답니다.
결국 성공만을 위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힌다는 거지요.
‘아이 역시도 제2세대 노동력으로 취급’을 한다네요.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고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엄청 사교육비를 쏟아 붓는 것도
결국 아이가 좋은 직업을 갖고,
그리고 기득권을 가지고 우위에 서도록 하겠다는 거지요.
자,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 일이 남았겠습니다.
저마다 삶의 길을 올곧게 걸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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