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22.쇠날. 맑음

조회 수 1116 추천 수 0 2008.03.08 14:17:00

2008. 2.22.쇠날. 맑음


언제였더라,
두어 주전쯤의 어느 아침이었을 겝니다.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데요.
그 계기는 무엇이었던 걸까요?
하나는 제 내부의 음성이겠고
다른 하나는...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고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너무나 평범해서 낡은 내 풀풀나는 외할머니의 그 말씀이었지요.
근심 또는 고민은 ‘생각’하는 게 아니지요.
건강하게 생각하는 것, 그게 생각인 게지요.
그런 식으로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문장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안팎으로 음성을 들으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킨 거지요.
오늘 아침 눈을 떠서
그 상승의 시작이었던 지점을 찾느라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잊지 않으려고,
행여 힘이 빠질 때 잘 새기리라고.
위대한 문명조차도 흥망성쇠가 있고
심지어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기까지 하는데
하물며 한 조직, 혹은 한 개인사에 있어서야 오름과 내림이 왜 없겠는지요.
바닥을 쳤으면 오르는 법이고
최고봉에 서서는 다시 내리막길을 두고 있더란 말입니다.
2008학년도가 기대에 차네요.

신문을 들여다보던 아이가
태안주민들의 소식을 읽고 울음 섞인 목소리를 건네왔습니다.
당장 달려가 기름 다 닦아낼 기세입니다.
작고 여리고 가난한 존재들에 관심을 갖고
자기 삶의 방향을 그 사람들을 위해 쓰이도록 살겠다는 아이,
칭찬할 만하지요.
그러나 그 아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곁에 사는 이웃 동생 하나에게도 너그럽지 못함을 자주 발견합니다.
사과 하나 배 하나 달랑 올려놓고 차례를 지냈다는 태안 소식은
통곡할 만치 가슴 아픈 사연이겠으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이 또한 있음을
오늘은 말하고 싶었지요.
“미국의 한 교수가 그런 경험을 했다네.
아주 가난한 동네에서도 살아봤고 중산층동네에서도 오래 살아봤다는데...”
가난한 동네에 살 때 어려운 사람이 더 어려운 이에게 보내는 온정은
무척 자신을 놀라게 했다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이 자기보다 잘 되는 이는 못 보더란 말이지요.
어떡하든 흠집을 내고 말더라나요.
그런데 그가 중산층동네에 살 때 그 곳 사람들의 성향은
비록 가난한 이들을 향해서는 보다 적극적이지 못했지만
그들은 남의 성공 앞에서 정말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해주더랍니다.
가슴 아픈 사연 앞에서
백의 아흔 아홉은 같이 아픈 게 인지상정일 겝니다.
외려 자기보다 강한 자, 기득권자에게도 너그러울 수 있을 때
그거야말로 진정 너그러움 아닐까 싶데요.
아이랑 두고 두고 잘 나누고 싶은 이야기랍니다.

아이랑 오랜만에 동화책도 같이 봅니다.
<바니의 유령>(마거릿 마이/비룡소).
“... 그 분들은 남의 생각과 감정을 아주 쉽게 알아채고 마음도 조금은 읽을 수 있어요. 그건 공감과 비슷한데...”(p.179)
“... 급할 건 없어요. 그리고 한 번 착각했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항상 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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