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2.23. 흙날. 바람 / 魚變成龍(어변성룡)

조회 수 2117 추천 수 0 2008.03.08 14:18:00

2008. 2.23. 흙날. 바람 / 魚變成龍(어변성룡)


품앗이 태석샘이 대전에서 혼례를 올립니다.
대전으로 막 출발하면서 잠시 차를 세우고
뒤에 따르던 차로 건너갑니다.
“컵 두 개가 깨지는 꿈을 꿨다. 각별히 운전 조심!”
꿈을 꾸었더랬지요.
둥근 유리컵을 들어 올리는데 윗부분만 뚝 깨지는 겁니다.
바닥과 가까워 컵을 떨어뜨려 깰 일이야 없었고
손에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니고 다른 누가 다친 것도 아니어
그리 심각할 거야 없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더랬지요.
가는 길에 정비소에 들립니다,
엔진오일을 갈아줄려고.
그런데 기사가 앞바퀴 두 개가 위험 수위로 닳아서
도저히 보낼 수 없다고 딱 잘라 차를 세우는 겁니다.
“맞네. 둥근 유리컵, 두 개, 바퀴네, 바퀴.”
결국 차 한 대에 구겨 타고 떠났는데,
고새 다들 잊었는데 종대샘이 무릎을 치며 꿈을 해석했더랍니다.

서울에서 기락샘이 영동 오는 길에 합류하고
공동체에서 삼촌 종대샘 상범샘 영경 류옥하다가 갔지요.
그리고 품앗이 대표로 소희샘이 내려왔습니다.
“시집은 네가 가냐?”
예쁜 자신의 눈같이 그리 예쁘게 사는 소희샘은
곱게 잘 차려입고 와서 모두를 즐겁게 하기도 하였지요.
태석샘과 석화샘, 잘 살 겝니다.
그리 고운 사람들, 참 드물지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축하해요.
오늘은 그대의 날 여기 그대를 위해...”
목청껏 축가를 불렀더랍니다.

대전에서 돌아오는 길엔 고당리 난계국악기제작촌에 들립니다.
물꼬의 풍물 사부 이동철샘이
(그 왜, ‘한강 이북에 김덕수, 한강 이남에 배관호’,
‘영남의 배관호, 호남의 이동철’로 얘기 되는 그 샘 말입니다.)
도자기로 해금을 만드는 1박 2일의 체험일정에
참가하고 계신다는 소식이 있었지요.
꼭 줄 게 있으니 들렀다 가라셨더이다.
꼬박 한 해 만에 뵈었습니다,
지난 해 여름 전국풍물연수에 가지 못했으니.

책도장을 파오셨습니다.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언제 또 이런 선물을 준비하셨을까요.
다른 해엔 손수 꽹과리를 깎아 다듬어 보내주셨고
어느 해는 궁채를 죄 만들어 보내주기도 하셨으며...
당신은 영락없이 선생님이십니다.
교사는 자고로 부지런해야합니다.

“魚變成龍(어변성룡) 고사야.
십수 년을 꿈꾸며 고생고생하여 물꼬 상설학교를 열었고...”
앞으로도 그리 힘차게 나아가라 합니다.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되다...
<후한서> 이응전(李膺傳)에 나오는 어변성룡의 고사가 있었지요.
해마다 봄철이 되면 황하 상류인 용문협곡에서
뭇 잉어가 모여 급류를 타고 물살을 거슬러 뛰어오르는데
이 때 성공한 잉어가 용이 된다던가요.
조선시대, 그처럼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출세하라는 바램을 담아
과거를 앞둔 벗에게 격려의 선물로 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했습니다.
또한 선비가 과거에 급제하기를 스스로 다짐하면서
자신의 책상머리에 붙여 놓고 결의와 소망을 염원하기도 하였다지요.
환상적인 구름 속에서 새벽 해가 뜰 때
물속에서 여의주를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는 잉어의 모습은
어변성룡도의 최대 장관이었습니다.
불국사나 범어사, 봉정사에 가면
목어가 여의주를 물었을 뿐만 아니라 수염이 얼굴을 덮고 있고 뿔까지 나 있는데,
역시 잉어가 용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겠습니다.
이것은 곧 해탈을 의미한다 들었던 듯합니다.

그리 귀한 말씀을 받았습니다.
또 한 동안을 잘 살아갈 수 있을 듯하지요.
사는 일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책마다 꾸욱꾸욱 도장을 눌러 찍으며
첫마음 잃지 않도록 잘 살겠습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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