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2.해날. 황사

조회 수 1200 추천 수 0 2008.03.23 19:06:00

2008. 3. 2.해날. 황사


하늘 뿌옇더랬습니다.
황사입니다,
‘그날 밤 금계랍 같은 눈이 내리던 오한의 땅에
오늘은 발열처럼 복사꽃이 피’지만
‘앓는 대지를 축여 줄 봄비는 오지 않은 채
며칠 째 황사만이 자욱이 내리고 있다’던 김종길의 시 한 구절처럼.
순전히 황사 때문입니다,
‘너와 나에게 젊음은 무엇이었는가’ 물으며 시작하던
홍신선의 시 한 구절이 머리 밖으로 튀어나온 것도.
‘삭막한 하늘 안팎을 뉘우침처럼 갈팡질팡 들락거리’는 황사는
‘운명은 결코 뛰쳐나갈 수 없’더라 회한케 하고
‘장대높이 뛰기로도 시대의 담벽을 넘을 수 없’더라 오한(懊恨)케 하며
시인에게 4.19 5.16 5.17을 더듬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멍석딸기 아래 마른 짚을 깔아주며
‘언젠가 풋딸기들이 뾰족한 궁둥이로 편히 주저앉을’ 바램을 담던 그의 시는
거대담론을 일상의 내 삶으로 끌어안아낸 시적 완성도가 아니어도
곧추세운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로
시야가 흐릿한 황사 이는 봄날을 잘 밝혀주고는 하였더이다.

공동체로 새 식구가 이사를 들어왔습니다.
사택 고추장집으로 이정이네가 들었지요.
공동체 삶을 꿈꾸는 이들의 공통된 기대치와
대안학교를 찾는 이들의 공통된 성향,
그 부정성을 털어내고 긍정으로 어떻게 나아가고
그리고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또 한 가정을 들이며 생각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동체에 살고 있는,
그리고 새로운 학교를 꿈꾸고 실천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부정적 성향은
또 어떻게 벗겨내며 살아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입니다.
“소모전이라니까...”
한 식구는
늘 같은 방식의 갈등을 하고 상처받는 공동체들과 대안학교류들을 보며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어렵더라도 당분간 새 식구 없이 좀 살아가보면 안될까 주장하기도 했더랬지요.
그래도 길이 있을 거다,
그래도 여전히 공동체는 희망의 이름이지 않느냐,
굳이 깎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고대로 두고 조화로움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또 새 식구를 맞았더랬습니다.
아무쪼록 같이 행복을 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겨울나무에서 혹은 땅에서
어떤 변화가 있기까지
내부에서 우주가 뒤집히는 것 같은 일들이 있었을 지도 모르지요.
간밤에 장으로 이어진 다리 혈이 막혀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잠을 설쳤습니다.
꽤 먼 거리에 있는 방에서 사람이 건너올 만치
소란을 피웠더랍니다.
3월이라고, 봄이라고, 새로 또 시작한다고
흙 안에서 몸부림치는 봄 것들처럼
그런 신열을 앓았나 보다 합니다.

봄입니다.
툭 툭 온몸으로 새싹 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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