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6.나무날. 맑음

조회 수 1234 추천 수 0 2008.03.23 19:09:00

2008. 3. 6.나무날. 맑음


봄입니다.
‘경칩 춘분 절기로다’로 시작하는 농가월령가 2월을 부르지요.
초엿샛날 좀생이로 풍흉을 안다던가요.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학교는 시작을 한 주 미루게 되었지만
들은 하늘 움직임에 따르는 일이라 발을 맞춰야 합니다.
달골에 거름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퇴비를 50포대 준비했습니다.
기본 영양이 될 겝니다.

장편 <하루>를 쓴 한만수샘과 지난 학기 내내 함께 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가장 현대적인 농촌소설을 마침내 만났다며
이제 더 이상 농촌은 휴머니즘의 공간이 아니라 경계에,
몰락과 아픔의 길에 있음을
아주 냉정하게 그리고 있다 했지요.

“오늘 당장 읍내 축협에 삼백만 원 갚을 돈은 어디서 나오는디? 그 돈은
대추 털듯 작대기만 휘두르믄 대추낭구에서 우수수 떨어지남? 아니면 둠벙
푸믄 솔솔 기어나오는 미꾸리맨치로 방구들만 두들기고 앉아 있으면
구들장 밑에서 솟아올라오능겨?”

오전 7시10분부터 밤 11시55분까지 오씨가 맞닥뜨린 예기치 않은 사건을 통해
오늘 우리 농촌이 직면한 왜곡되고 뒤틀린 현실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거기 오씨가 아내 길자와 언쟁을 벌이는데
신새벽에 일어나 포도밭에 거름을 경운기로 실어다놓고 들어온 뒤였지요.

“아침부터 쓰잘디읍는 소리 그만 지껄이고 어서 돈이나 내놔.”
“얼매나 줘유?”
“짬뽕 곱배기 삼천원에,쐬주 한병 삼천 원,차비가 천 원씩잉께
왕복으로 이천 원 혀서 딱 만 원만 있으면 될 끼구먼.”

말이 되든 안 되든
일이 되든 안 되든
우리도 포도밭에 거름을 내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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