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12.물날. 맑음

조회 수 1170 추천 수 0 2008.03.30 20:20:00

2008. 3.12.물날. 맑음


달날부터 포도나무 가지를 치고 있습니다.
포도밭농사 시작이지요.
낼이면 거의 마무리가 되겠다 젊은할아버지가 전합니다.
주말엔 어른들과 거름을 뿌리고
다음주엔 아이들과 박피를 하련다지요.

아이들이 올해는 공동체에서 어떤 일을 맡아서 할 수 있을까를 의논했습니다.
닭과 개 물 챙겨주기,
운동장 관리,
부엌일 돕기,
달걀 꺼내기,
점심설거지,
손님맞이(약속을 않고 불쑥 찾아오거나, 지나다 들리는),...
새로울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마음을 세우는 것이지요,
이곳에 함께 사는 존재로서 책임감을 가지는.

반전단체에 줄 글에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을 인용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틀어놓았더니 아이들도 오며 가며 기웃거렸지요.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들이 연대의 의미로 함께 이 자리에 섰습니다. 논픽션을 좋아하는 우리들이지만 지금은 가식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짜 대통령을 선출한 조작된 선거 결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엉터리 이유를 만들어내 우리를 전쟁에 보내는 인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 인간은 화생방 공격에 대비해 덕트 테이프를 사 두라고 뻥을 치고 테러경보를 남발하면서 우리를 전쟁에 내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전쟁에 반대합니다. 부시씨, 창피한 줄 아시오. 부시씨, 창피한 줄을 아시란 말이요.”
2004년 황금종려상을 쥐고
무어가 수상소감을 말하던 장면을 기억합니다.
영화의 어디메쯤 이런 나레이션도 있었지요.

물론, 한 명의 의원도 이라크 전쟁에 자기 자녀를 희생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누가 자녀를 버리고 싶어 할까요? 당신이? 부시 그가?
저는 항상 궁금했습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가장 나쁜 도시에서 살고, 가장 나쁜 학교를
나와 가장 힘든 일을 하는지 말이죠. 그들은 항상 먼저 위험한 일에 뛰어듭니다.
그들이 그런 봉사를 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들은 생명을 던질 것을
제안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죠. 그것이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굉장한
선물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돌아와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곳에 절대 자신들을
보내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필요하지 않다면 말이죠. 그들이 우리를 다시
믿어줄까요?

무엇보다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던 구절이 깊은 울림을 주었더랬습니다.

전쟁이 비현실적인가 아닌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승리란 있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전쟁이란 승리가 아닌, 끊임없는 악순환을 의미합니다. 계층 사회는 가난과 무지에 기반을
두어야 가능합니다. 현재의 이 모습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고, 늘 반복되어 왔습니다.
근본적으로 전쟁은 항상 사회의 극단적 빈곤을 유지하게끔 기획됩니다. 전쟁은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에게 강요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은 유라시아나 극동에서 승리를 거두는 게 아닌,
사회의 지배 구조를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덕분에 잠시 우리들에게 잊혔던 이라크전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기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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