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16.해날. 맑음

조회 수 1239 추천 수 0 2008.04.03 07:21:00

2008. 3.16.해날. 맑음


황사 주의하라는 안내가 있었지요.
그래서 이른 아침에 일들을 해치우기로 합니다.
7시도 전에 모였네요.
기락샘과 종대샘, 젊은할아버지가
달골 포도밭에 어제 올려다 놓은 거름을 뿌리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 류옥하다랑 저는 햇발동 먼지를 풀풀 털어냈지요.
그리고 아침밥상에 모두 앉았습니다.
드디어 산골 농사철 흐름이 시작된 겝니다,
이른 아침이 나절가웃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면소재지 장날입니다.
기락샘 서울 나가는 편에 묻혀가서
갈무리 미처 못한 씨앗도 사고
우리 살림에 없는 풋마늘이며 연뿌리며 대파도 사들였지요.
봄 것들입니다.
이 산골은 아직 겨울내가 가시지 않았는데
아랫마을들은 봄이 대문 안까지 들어와 있었습니다.

돌아와선 젊은할아버지랑 류옥하다랑
갈아놓은 간장집 남새밭에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한 두둑에 세 줄을 타서 적상추 먼저 심었지요.
그리고 다음 두둑도 세 줄을 타서 청상추를 뿌립니다.
그 다음 두둑은 쑥갓을 3분의 1 심고, 나머지는 치마아욱을,
다음 두둑을 넘어가서는 시금치를 뿌렸지요.
농사를 맡은 이들이 해왔던 씨앗뿌리기입니다.
(아하, 작년에 시카고 가기 전 달골 콩밭을 일구긴 했고나...)
물오르는 나무들처럼 마음 그리 벅차올랐지요.
‘할머니, 할머니...’
평생을 들에 사셨던 외할머니 생각도 났습니다.
앞집 할머니가 건너와서 잘 하고 있나 봐주기도 하셨네요.
먼저 생을 사셨던 이들이
특히 이 산골 삶에선 얼마나 훌륭한 스승들이신지...

마당에 풀도 뽑습니다.
호미로 살살 긁으면 될 일을
바로 그거 할 짬이 없어 놓치면
힘이 세진 풀을 뽑느라 늦봄이 온통 부산스럽지요.
마당 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리 수월할 때 잠시 좀 매놔야지.

종대샘이 마늘밭 고구마밭을 마저 팼습니다.
전 해에 무엇을 심었냐에 따라 이름이 불리는 밭들이지요.
간장집 남새밭 남은 자리엔 감자를 심고
뒤란에 토란과 들깨를,
그리고 오늘 갈아놓은 마늘밭 고구마밭은
고추를 심어야지 합니다.

차고 올라오는 것들로 아름다운 봄입니다.
뭐라도 하겠는 봄입니다,
고마운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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