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22.흙날. 맑음

조회 수 1163 추천 수 0 2008.04.06 21:06:00

2008. 3.22.흙날. 맑음


아침 10시,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나머지 공부, 뭐 그런 느낌 정도입니다.
셈놀이부터 했지요.
수와연산, 바둑알로 사칙의 개념을 익히고
각자 수준에 맞는 문제풀이를 하니
벌써 점심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서너 주는 지난 학기의 복습이 될 것입니다.
흙날에 이렇게 같이 공부하면
불날 오후에는 저들끼리 챙겨서 셈놀이를 한다지요.

오후 첫 시간은 손말입니다.
늘 쓰는 게 아니니까 쉬 잊어버리지요.
그래서 또 하나 하나 짚어주고 의미를 다시 살려줍니다.
그러면 또 금새 알아먹지요.
노래에 손말을 실어보기도 하였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진도에 따라 피아노를 익히기도 했지요.
제법 악보도 봅니다.
한 주 한 차례면 겨우 안면이나 익히는 셈이지요.
날마다 피아노 학원에 가서 교사 앞에 붙어하는 것과 견줄 순 없겠지만
맘이 있으면 저들이 연습을 해나갈 겝니다.

다음은 텃밭으로 나갔지요.
넓게 만들어놓았던 두둑에는
백옥무와 토마토, 열무를 뿌렸고,
맞은편으론 아이들이 감자를 놓을 두둑을 만들었습니다.
이태를 넘긴 씨앗도 있어 짜투리 땅에 흩어보는데,
나지 않으면 썩어 거름이라도 되고
아님 새들의 먹이라도 되어줄 것이지요.
그 위에 거름도 출출 얹었답니다.

저녁답엔 논두렁 박주훈님 오셨습니다.
새학기를 시작한 사람들한테,
또 한 해를 산골에서 씨름해나갈 이들을 위한 위문이라시던가요.
사 오신 고기를 구워냅니다.
쭈꾸미가 철이라고 한가득 실어오신 것도 데쳐냈지요.
마음 쓰이지 않도록 술이며 아이들 주전부리까지
죄 챙겨오셨더랍니다.
늘 얼마나 고마운 당신이신지요.

늦은 저녁 짧은 모임도 있었습니다.
4년을 휴직하는 식구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물꼬 살림이야 오랜 세월 꾸려온 그가 더 잘 아니
혹 모자람이 있어도 역시 그가 잘 이해해줄 수 있겠지요.
2년 동안 달마다 일정금액(산골에서 최소한의 생활지원금)을 지원키로 하고
시골 살림에 요긴한 트럭을 내줍니다
(보험증서야 일찌감치 내주었더랬지요).
한 식구가 농사를 통한 자립을 시도하는,
물꼬의 중요한 실험이 될 시기입니다.
서로를 살리는 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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