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26.물날. 또 눈발 잠깐

조회 수 1290 추천 수 0 2008.04.12 20:11:00

2008. 3.26.물날. 또 눈발 잠깐


“어!”
면소재지 나갔다가 들어오는데,
굽이도는 곳에 진달래가 활짝 웃고 섰습니다.
나간 사이, 대해리엔 눈발도 날렸다는데,
산 아래 마을은 진달래 웃고 섰더란 말입니다.
운전이 늦어집디다.
길에 다니는 차도 별 없는 산골이니
느슨해진 속도로 눈에 들어오는 것들도 많았지요.
산모롱이 돌자 봉분들도 보였지요.
죽은 자들의 집입니다.
합천의 도예가 김종희 선생 떠올랐지요.
사실은 모르는 분이십니다.
이성복님의 시집 어느 구석에서 읽었더랬지요.
‘나 다니는데 봉분을 만들지 마라,
짐승들 다니는 데 걸리적거리기 때문이’라셨습니다.

푯말은 땅에 묻어 묫자리만 알리라 한 것도 사람의
몸이 땅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다. 자손들 모여 곡하지
말고, 국밥과 고기 대신 차를 나누라 한 것도 사람의
죽음이 별일 아니기 때문이다.
(이성복님의 시 ‘봉분을 만들지 마라’ 가운데서)

화장도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니
나무나 한그루 잘 키우게 수목장을 지내자던 어르신들의 말을 좇아 삽니다.
거름 한 줌 되는 것도 덕을 쌓는 일일테지요.

아이들은 모든 식구들이 모여서 하는 국선도수련이 끝난 뒤
따로 또 모였습니다.
“호랑이걸음 300번!”
범의 기상을 따르자는 것이었을까요?
국선도 수련을 전한 청산선사의 이야기도 들었지요.
아이들 삶에 좋은 안내자 한 분 되시면 좋을 일이다마다요.

‘한땀두땀’에선 미리
지난 달날 한 주를 시작하며 천을 잘라 놓았더랬습니다.
천이 실에 당겨지지 않도록 꿰맨 자리를 팽팽하게 해주는 법과
또 핀으로 고정하는 법도 익혔지요.
시침질 홈질 박음질을 다 배워버렸네요.
벌써 완성해서 장식 쿠션을 자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일시간엔 아이들은 감자 심을 두둑을 더 만들고,
젊은할아버지는 달골 포도밭에,
부엌샘은 새참으로 빵과 쿠키를 구워내고,
종대샘은 버섯하우스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우물에서 끌어다 쓰는 물관을 고치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동안 표고를 실컷 먹겠지요,
넘치고 넘쳐서 두루 나눌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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