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8.불날. 맑음

조회 수 1438 추천 수 0 2008.04.20 08:38:00

2008. 4. 8.불날. 맑음


좋은 노래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큰 몫을 하지요,
좋은 글이 그렇고 좋은 마음이 그러하듯이.
좋은 음악이 우리 정서를 기르고 닦는 거야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얘기입니다.
때론 음악이 말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하기도 하지요.
아이들과 풍성한 음악 속에 있고픈 까닭들도 그러한 것이겠습니다.
물꼬에는 무수한 노래들이 있습니다.
계자에서 보내는 밤은 아주 노래와 놀이의 밤이지요.
피아노가 없으면 어떻고 기타가 없으면 어떻습니까?
판소리와 민요의 전수처럼 그냥 목소리로도 배울 수 있지요.
오늘 아침은 이원수샘의 시에 백창우님이 곡을 붙인 ‘봄시내’를 불렀고.
계자에서 늘 부르는 산울림의 ‘어머니가 참 좋다’를 듣고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노래들입니다.

국화시간엔 먹선에다 채색하는 걸 배웁니다,
매화 꽃잎을 그리며 막 국화를 시작한 아이도 있지만.
그 틈에서 난을 칩니다.
참 좋은 명상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밥 때 아니라면 얼굴을 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주는 학교 마당가에 예제 널려있던 돌들을 치웠고,
(어느 해 겨울 강에서 옮겨놓았던 돌들이지요,
탑도 쌓고 화단울타리도 쌓았던.)
젊은할아버지는 소나무 둘레를 그 돌로 감쌌으며,
목초액으로 달골 포도밭에 약을 치고 있습니다.
목수샘은 버섯동을 돌보고
바깥수돗가를 틈틈이 고쳐가고 있지요.
부엌샘은 도예방(부엌살림창고용이기도 했던)과 부엌곳간을
모다 뒤집어 정리를 거진 다 했데요.

사상전집에서 그페인의 <미겔 데 우나무노>편을 읽다가 발견한 구절을
어느 생태운동가가 옮겨놓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길바닥에 나가 엎드려서 통곡한다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지지 않겠는가!”
업장소멸을 위해 수미산을 일보일배로 평생 동안 도는 게
티벳인들의 소원이라던가요.
그래요, 모두가 엎드려 통곡한다면 더 나아지지 않겠는지요.
미겔 데 우나무노의 <안개>가 생각나서 물꼬책방에 들어갔습니다.
99년 범우사판이었지 싶어요.
그런데, 없네요.
삶에 영향 깊었던 책 하나인데...

밥 말리(Robert Nesta Marley)의 음악을 듣는 밤입니다.
영화 에서
지구를 지키던 영웅(?)이 여자에게 밥의 음악을 들려주며 그랬지요.
“그는 정말 이상주의자였어.
음악과 사랑을 통해서 사람들을 치유하려 했었지.
...
그가 한 번은 피스렐리에 참가하기로 했는데,
참가 전, 그의 집에서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지게 된 거야...
하지만 입원 2일 만에 일어나 그는 노래를 부르러 갔어.
사람들이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지.
‘난 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 이런 휴일 같은 세상을.
어떻게 하느냐?
어둠을 밝혀나가는 거야.’”

어둠을 밝혀나가는 거지요, 어둠을 밝혀나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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