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9.물날. 비

조회 수 1227 추천 수 0 2008.04.20 08:39:00

2008. 4. 9.물날. 비


살구꽃 벙글었습니다.
언제 저리 꽃봉오리를 맺었던 걸까요?
학교 마당가에 선 커다란 살구나무가
온 마을보다 더 커 보입니다.
간장집 앞 살구꽃도 덩달아 환하네요.
정말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아기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이지요.

국선도수련이 있는 아침입니다.
모두 처음으로 도복을 챙겨 입었습니다.
국선도학과 김기영 교수님이
수련장에 사람들이 두고 떠난 옷을 잘 챙겨 보내주셨고,
아이들에게는 박진숙엄마가 한 벌씩 해 입혔지요.

선거날이네요.
주중에 있는 빨간 날엔 공부를 하는 이곳입니다.
“비가 와서 선거율이 낮겠다.”
그러게요.
아이들과 선거를 하러 가며
의준네라 부르는 인술이아저씨네 들렀습니다.
지난달에 우르르 가서 표고며 농사일들에 대해 여쭈었지요.
늘처럼 하지 말라 하지 말라셨습니다.
유기농사말입니다.
안 된다, 안 된다시지요.
“온 동네가 다 하면 모를까 한 집만 하면
온 동네 벌레들이 다 걸루 가지.”
또 늘처럼 씨익 웃고 만다지요.
오늘 나가는 길에 농촌연구소에서 김영진님이 보내주셨던
풍원콩이라는 종자를 나누어드렸습니다.
“뭐가 이리 많아?”
“많이 왔네요.”

선거장은 텅 비어있습니다.
일찍들 하고들 가셨거나
비에 발이 갇히기도 했겠습니다.
저녁에 듣자니, 출구조사겠지요,
20대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50%가 넘는답니다.
세상이 그리 변한 겁니다.

물꼬미용실 문을 열기도 하였네요.
젊은할아버지 머리를 깎아드립니다.
저녁에는 김천 시내를 다녀오기도 했지요.
아이랑 책을 댓 권 사왔습니다.
“요새 이상해, 자구 외롭고 엄마도 없는 것 같고...”
사춘기의 조짐이 보이는 4학년 사내아이이지요.
의지하고 의논하고 얘기 나눌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는,
친구가 아쉬운 산골 아이입니다.
그렇다고 도시로 나가 살겠다고는 않으니 다행이지요,
언제든 때가 되면 저 스스로 떠날 테지만
(돌아오기도 하고 혹은 아주 떠나기도 할).

잔칫날 실상사 작은학교 밴드부 아이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대답이 늦어지고 있어 못 하나 했더니
다른 안에 밀려 의논이 더뎠다 합니다.
처음으로 다른 학교랑 만나는 장이 되겠네요.
“정훈이도 가고 싶어 하는데...”
계절학교를 다녔고, 새끼일꾼으로 오기도 하는,
그리고 여기 중학과정이 있었으면 연이 맺어졌을지도 모를,
그 몸부림(어찌나 나부대던지요) 정훈이 말입니다.
지난 여름에는 락커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이레 동안 우리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었던지요.

밤새소리 높습니다.
이름을 모르겠는 새네요.
그에게도 봄밤은 자꾸 뒤척이게 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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